더불어 시 낭송회
더불어 시 낭송회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12.03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천천히, 또박또박, 감정을 담아 시를 읽는다. 머릿속에 저장된 시를 한 단어씩 들려주는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빠르지 않고 늦지도 않게 호흡 조절을 하며 참석자들의 마음에 심어놓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런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노고를 생각한다. 나는 배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지그시 눈을 감고 듣는다. 시의 맛을 한껏 돋워주는 낭송에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낀다.

한 편의 시가 낭송 되면 다음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서 느낀 점을 발표한다. 여섯 명의 문인과 다섯 명의 외국인이 참여하였다. 문인들의 시낭송은 여유와 품격을 갖추고, 작은 흠집은 잘 넘기며 매끄럽게 진행된다. 외국인들은 조금은 어눌한 발음으로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그동안 겪은 내용을 알려준다. 한국에서 생활 한지 일 년에서 십 년 가까이 된 청년들이다. 가족의 품을 떠나와 젊음을 불태우며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 자리가 그들의 먼 훗날에도 아주 멋진 추억으로 되새겨질 것 같다.

더불어 시 낭송회장이다. 시작시각이 임박하게 도착하여 참석자들을 보는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문인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외국인 여럿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자리에 앉아 앞에 놓여 있는 팸플릿을 보며 알게 되었다. 제목이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 낭송회'로 되어 있다.

이 행사는 음성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협조로 자리가 이루어졌다.

외국인들이 쓴 글의 끝머리에는 한국을 알게 해주어 고맙다는 표현이 빠지지 않았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앞으로도 열심히 배워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는다.

그들이 이국땅에서 겪는 어려움은 비슷했다. 먼저 언어의 장벽이다. 또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그들에게 공통으로 어려움을 선사했다. 그들 나름대로 빨리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옆에서 더 강조를 하여 부담이 많았다고 한다. 열대지방에서 오신 분은 사계절이 있어 변하는 모습이 좋았고 특히 눈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신기했지만 추위 때문에 어려웠다고 한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지 못하고 수저를 사용하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보는 우리 사회는 밝게 비쳤다. 정치 문제가 많아도 행복하게 살고, 인터넷을 쉽게 사용하며, 불법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이 잘되는데 한국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여 안타깝다고 한다.

시 낭송회장에서 다문화 가족의 만남이 생각보다 잘 어우러진다. 시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보고, 함께하는 지구촌을 그리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깊이 배어들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