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동의 농업&생명 이야기
장광동의 농업&생명 이야기
  • 정인영<사진작가>
  • 승인 2017.11.28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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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정인영

오늘을 사는 인간의 삶에서 토속적 정신을 말한다면 조상 대대 이어져 온 농업이다.

농업은 한국인의 뼈와 살을 함께한 정신이고 가치다. 그 상징성은 민족의 혈맥 속에 흐르는 중요한 뿌리였으며 마음이 살아 숨 쉬는 보금자리였다.

반도인 우리나라는 기름진 평야에서 수많은 식량이 농민들의 정성과 끈기, 의지 아래 생산되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왔다.

봄이면 농민들은 논밭을 일궈 씨를 뿌리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 동안 가꿨고,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 갈무리하며 추운 겨우내 별 탈 없이 지내는 전통적 농경생활을 이어왔다. 1년 주기의 자연 순환 속에 가통을 잇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연초에는 풍년을 빌고 가꿈을 기원했으며, 수확의 기쁨을 신에게 돌렸다.

농업은 생활의 바탕이었고 상징이었다. 농민들은 늘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았다. 하늘의 섭리를 이해하고 의지하면서 바람과 비에 의해 풍년과 흉년이 결정되는 농경신앙을 믿어온 것이다.

농사일은 고된 수고가 수반된다. 어렵고 힘든 노동에도 뜻하지 않은 재앙이 찾아오면 별다른 원망 없이 생활고를 이겨냈다. 때로는 초월적 정신으로 은근감을 발휘해 새로운 농업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세월은 변하고 흘러 이제 농경에서 산업경제 시대로 들어서 새로운 농업의 변천기에 들어서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인간의 삶에서 농업, 아니 식량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로 보다 많은 식량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는 지금도 식량 전쟁시대라 불린다.

산업의 발달 못지않게 농업의 중요도도 커지고 있다. 이는 농업과 관련된 연구개발로 식량생산에 적용되고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가 장광동이 보여준 농업&생명 이야기는 남다는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수많은 사진 소재를 만났으면서도 인간의 먹거리가 가장 중요함을 깨닫고 생명의 원천인 물과 식량에 카메라를 맞췄다.

농산물의 소중함, 생명을 위한 농업발전과 그 노력의 상징성을 연구하고 찍어 사진으로 내놓았다. 유능한 광고 사진가들도 난해한 기법으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과일의 신선함을 나타낸 물과 과일의 만남을 옮겨 놓은 작품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사진 하나하나를 감상하노라면 어느 순간 생명과 식량에너지의 소중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는 또 농업의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대어 우리나라 곳곳의 기름진 논과 밭, 마을을 담았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곡창지대의 면모와 함께 알알이 익어가는 결실의 풍만함을 전해준다. 농민의 숨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풍경이다.

사진예술은 똑같은 피사체를 찍었다고 해도 사진가가 어떻게 그것을 재해석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작품으로 인정받느냐 못 받느냐가 결정된다. 사진 한 장만 보아도 누가 찍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오늘의 사진세계에서 그는 한국적 정서와 생활공간이 예술성에 동화되어 특색있고 멋스러운 한국의 미를 재현해준다.

사진이란 창작공간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면서 새롭게 정립한 투시력은 크게 돋보인다.

그의 사진에서 예술적인 역동성을 차치하고라도 한국인다운 것, 자기다운 것을 형상화해 작업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의 예술성보다는 생활사적인 의미와 정신 내용의 가치를 더 중시한 농업과 생명을 구체화시켰다”는 그의 말에서 10년 작업과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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