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임 교육감 탓하나
왜 전임 교육감 탓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1.28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여러분의 꿈과 행복의 높이에 저의 눈과 마음을 맞추겠습니다”

지난 2014년 7월 1일 16대 충북교육감으로 취임한 김병우 교육감이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충북 교육계가 시끄럽다.

학생, 교사, 학부모, 교직원을 위해 교육감직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던 김병우 교육감은 어디 가고 지금은 교육감이라는 직책으로 누린 특권 앞에 눈 감은 교육감으로 전락했다.

이종욱 충북도의원이 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폭로한 일이지만 직속기관 시설 4곳에 6개 미공개 객실을 3년 동안 관리대장에 기록도 남기지 않고 이용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교육청 직원들은 알지 못했다.

수많은 교육청 직원들이 드나들었던 시설인데 교육계 안팎에선 밀실의 존재는 몰라도 교육감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자주 모여 회동을 하고 모임을 갖는다는 소문은 무성했다.

교육감을 위한 밀실 공간을 두고 도교육청은 `관행'이라는 말로 진화에 나섰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전임 교육감 시절 설치된 공간인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며 화살을 전임 교육감으로 돌리고 있다. 잘하면 내 탓인데 잘못하면 남 탓을 하는 모양새다.

마음이 급했던지 도교육청은 이종욱 도의원이 열기로 한 기자회견보다 1시간 먼저 기자회견을 자청해 반박에 나섰고 그 자리에 미공개 객실을 운영한 시설의 기관장과 직원을 참석시켰다.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모 직원은 전날 짙은 안개로 제주도에서 출발해 청주 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청주로 왔을 정도다. 증인처럼 기자회견장에 불려온 힘없는 공무원들이 무슨 죄인가?

도교육청이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쏟아낸 말은 `관행'과 `전임교육감'이었다. 업무용 객실도 전임 교육감들이 계획하고 최초 설치했고, 다수 민원인의 집회 등으로 업무 수행이 어려워 비상 상황 대비용으로 전임교육감 재임 시절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모든 책임을 전임 교육감에게 전가해서 김병우 교육감이 얻을 것은 없다.

교육감이 머무는 공간은 모두 집무실이고 교육감의 모든 행보는 업무의 연장선이라며 미공개 객실의 운영을 합리화하면서도 문제의 발단은 전임교육감에게 떠넘겼다. 혁신을 부르짖고 교육의 변화를 외치던 김병우 교육감이었다면 3년 전 취임 당시 미공개 객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시정조치를 했어야 한다.

관행이었다면 바로잡지 못한 자신의 불찰을 사과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다.

미공개 객실의 일반실 공개 전환 시점도 하필이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직속기관 시설 특혜 이용 논란이 불거진 지난 9월이라는 점도 곱씹어봐야 한다.

어차피 미공개 객실을 사용한 사실은 드러났다. 김병우 교육감과 도교육청은 구차한 변명과 전임 교육감 탓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말고 관행적 행정을 과감히 뜯어고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네탓 남탓으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차라리 학교 현장에 눈을 돌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정책을 고민하길 바란다.

제주도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이후 도내 특성화고 부모들이 얼마나 불안해 하고 있는 지 알고 있다면 김 교육감은 내일이라도 당장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안전한 지 현장 점검에 나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