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근절대책 세워야
부실공사 근절대책 세워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1.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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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인명 피해 규모 면에서 6.25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 최대 참사로 기록된다. 502명 사망, 6명 실종에다 부상 937명 등 1400여명의 인명 피해를 보았다.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은 이 사고 역시 인재였다는 점이다. 백화점 오너의 탐욕에다 공무원들의 부패가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불렀다.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하 4층, 지상 5층 7만3877m 규모의 건물은 불과 20초 만에 폭삭 주저앉았다. TV 생중계로 방영된 현장 모습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부상자들, 건축물의 잔해에 깔려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사람들. 그해 여름, TV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렸다.

사고 후 수사본부는 붕괴 원인을 발표했다. 역시나 부실공사와 공무원들의 눈감아주기가 참사의 주된 원인이었다.

삼풍백화점은 1987년 건축이 시작된 후에 끝없이 불법 구조 변경이 자행됐다. 매장 면적을 늘리려고 지상 4층 건물을 5층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매출 신장을 위해 수시로 건물 내부 벽체를 헐어 매장을 늘렸고 설계 도면에 없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각층의 바닥을 뚫었다. 불법 증축에다 벽체까지 없애는 무리한 구조 변경이 빈번하게 자행됐지만, 그때마다 공무원들은 눈을 감았다. 건축법도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내력벽이 없어졌는데도 벌금 몇 푼만 내면 그만일 정도였다.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구속된 사람은 모두 25명이다. 삼풍백화점 오너 이준 회장과 백화점 경영을 맡던 그의 차남을 비롯하여 뇌물을 받고 백화점 설계변경을 해준 서초구청장 등이 징역 3~7년을 살았다. 500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간 댓가 치고는 너무나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김영삼 정부는 급속도의 경제 성장기 때 1980년~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전국의 모든 대형 건물에 대해 안전 진단을 했다. 그 결과, `안전' 판정을 받은 건물은 2%에 불과했다. 14.3%의 건물이 개축이 필요했으며, 80%의 건물은 크게 수선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규모가 잠정 집계됐다. 1000억원 대 규모인데 주택 피해가 2만4000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람이 다시 들어가 살 수 없을 정도인 `전파'로 분류된 주택은 무려 313채 였다. 반파된 주택도 1131채나 됐다. 걱정되는 것은 이들 피해 주택의 상당수가 부실 공사가 의심되는 주택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진 당시 TV 화면에서 비친 필로티형의 한 원룸 건물은 1층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철근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주택은 설계 도면 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15cm 간격으로 촘촘히 박혀있어야 할 철근은 30cm 간격으로 절반은 빼먹은 채 박혀있었다. 다른 건축물도 곳곳에서 부실 흔적이 발견됐다.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부실 공사. 더는 용납돼서는 안될 범죄로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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