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꿰매는 길
상처 꿰매는 길
  • 박숙희<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11.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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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11월 끝자락,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쉰세 번째 이야기는 현자 화상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현자 화상은 거처하는 일정한 곳이 없었다. 동산에게 마음을 인가받아 민천 지방에서 세속과 섞여 살았다.

날마다 강 언덕으로 건너가 새우나 조개 등을 주워서 아침, 저녁을 채우고 저물면 동산 백마의 사당에 있는 지전 가운데 누우니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현자 화상이라고 하였다.

화엄 휴정 선사가 그 소식을 듣고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판결하려고 어느 날 먼저 지전무더기 안에 몰래 들어가 있다가 깊은 밤에 현자 화상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휴정이 문득 나와서 멱살을 잡고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냐?”

현자가 곧 대답하기를 “신 앞에 술을 바치는 그릇이니라” 휴정이 기특하게 여겨서 참회하고 사례까지 하고 물러갔단다.

백운 화상도 “이것은 뜰 앞의 잣나무와 참깨 세근과 마른 똥 막대기와 같은 것이니라. 본분 종사의 답하신 말이 빛깔과 소리와 말을 갖추었으니 바로 이것이 조사선의 도리다”라고 했단다.

현자 화상은 일정한 곳에 사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살았던 모양이다. 현자 화상이 동산 양개 화상에게 법을 받았다는 것이다. 법을 받은 것을 마음을 인가받았다고 한단다.

동산은, 동산 양개 화상(洞山良介和尙)이다.

조동종은 동상 양개 화상의 동과 그 밑의 제자 曹山本寂禪師(조산본적선사)의 조를 따서 조동종(曹洞宗)이라고 하였단다.

민천은 중국의 지명인데 서쪽 지방에 있겠다.

현자 화상은 민천 지방에서 동냥해서 밥을 먹지도 않고 멍게나 조개 등을 주워 먹고 날이 저물면 동산에 있는 백마사당 지전, 즉 종이로 만든 돈 속에서 잠을 잤단다.

그래서 그 동네 사람들이 조개를 주워 먹는 화상이라 해서 별명을 현자화상이라 붙였다고 한다.

《화엄경》을 전공했던 화엄 휴정 선사가 현자 화상의 소식을 듣고는 정말 道를 아는 사람인가 道를 모르는 사람인가를 한번 시험하려고 현자 화상을 찾아갔단다.

현자 화상이 오기 전에 몰래 현자 화상이 잠자던 지전 속에 숨어 있다가 현자 화상이 오니까 갑자기 멱살을 잡고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는 것.

그러나 현자 화상은 당황하지도 않고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신전에 술을 바치는 술그릇을 담는 소반이 그것이라고 답을 하였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더러운 똥 막대기라고 하였을까?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라는 것 아닐는지….

이는 나라의 지도자 즉 대통령은 나라를 얼마나 진전시켰느냐로 평가받지 과거와 얼마나 싸웠느냐의 성적표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겠다.

나라 안에는 상대를 향한 원한과 저주가 콘크리트벽처럼 굳어졌다. 대통령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상처 꿰매는 길을 고민하시길 국민은 깊이 소망하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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