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慣行)
관행(慣行)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7.11.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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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관료나 정치인에게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관행(慣行)'이다. 특히 뇌물이나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늘 나오는 말이 관행이다. 뜻을 찾아보니 `관(慣)'은 버릇 혹은 익숙한 이라는 뜻이고 `행(行)'은 말 그대로 행동한다는 뜻이다. 즉 버릇이 되어 익숙 해진 대로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늘 하던 대로 한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 잘못이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는 `뇌'다. 뇌가 다른 신체 기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다움의 대부분이 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뇌가 생존을 위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행동설계'다. 다시 말해 환경에 적응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최적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뇌의 최종 과업이다. 이 일을 위해 뇌는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상상'하거나 `시뮬레이션'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최적화된 행동을 설계한 후 근육계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 `행동'을 유발시킨다.

이런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뇌에 공급되는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어 의식적인 행동설계에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면 다른 일들을 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뇌가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습관'이다. 즉 의식적인 행동이 자꾸 반복되면 그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회로가 발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자동화'된 신경회로가 생성된다. 즉 습관화된 행동은 뇌가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소비가 최소화된다는 것이다. 즉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행동 대부분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처리되고 이런 문화가 `관행'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관행은 창의력과 혁신에 치명적인 질병인 `고정관념'을 낳는다. 늘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늘 같은 방법으로만 행동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문제없겠지만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관행과 습관은 절망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국제사회 환경과 시민의식은 광속으로 변하는데 관료와 정치권은 언제까지 과거 유산인 관행만을 들먹여야 할 것인가?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관행의 뿌리가 너무 깊은 `적폐'를 없애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혁신을 이루기 위한 의식적인 행동에는 에너지 사용의 부산물인`피로감과 고단함'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새로움과 혁신은 불가능하다. 피곤함을 들먹이면서 그만 하자거나 이만하면 되었다는 식의 선동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이미 촛불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넘치도록 제공해 주었다.

이제는 정말 새로워져야 한다. 오래된 관료와 정치권의 관행이라는 악습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비전을 가진 새사람들이 사회를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새사람들의 등장과 그들의 새로운 꿈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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