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기부문화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11.26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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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국장)

연말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빠진다. 마치 1년이 한꺼번에 훅, 달아나는 듯한 체감시계로 더 부산해진다. 추위가 몰려오는 계절 탓에 사회도, 경제도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이지만 좀처럼 호주머니 열기가 어렵다. 빠듯한 가정경제 때문에도 그렇지만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 예고는 우리의 기부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7월 수해와 11월 지진까지 국가적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나눔이 분산됐고,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문화에 대한 국민불신이 커진 게 사실이다. 선의가 악의적으로 이용될 때 더 큰 파괴력을 갖고 사회적 파장으로 확산한다는 것을 이영학 사건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부문화의 위축은 당장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도내에서 올해 처음으로 사랑의 연탄나눔 순회모금을 시작한 징검다리는 11월 출정식 보고회를 통해 후원금이 반 토막으로 줄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줄면서 연탄 후원도 예년보다 줄어든 것 아니겠느냐는 다소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긴 했지만 3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후원금은 자원봉사자들을 의기소침하게 하였다.

“나눔의 열기가 갈수록 낮아져 앞으로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봉사원의 말은 각박해진 우리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난 20일부터 `희망2018 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역시 후원 모금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1월 31일까지 66억7700만원을 후원금 목표로 잡았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목표액 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도 가까스로 목표액을 채워 위기를 넘겼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나눔을 요청하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사정은 더하다. 후원 행사가 연말에 몰려 있는데다가 시민들의 주머니도 얼어붙으면서 단체운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열악한 단체끼리 서로가 서로를 후원해야 하는 지역의 현실에서는 근본적인 운영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독일 국민들의 기부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회사원들은 자신의 월급 7%를 사회에 기부하는 게 문화로 정착돼 있다고 한다. 일정액을 자신이 희망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매달 기부함으로써 단체가 건강한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적극 후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후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단체는 시민들이 원하는 사회 만들기에 자부심을 느끼고 일을 한다고 한다.

기부문화에 불신을 가진 우리로썬 너무 먼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신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한 단계 성장하려면 국민의 인식도 확산해야 한다.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시민으로 발전시켜가야 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제사정에 따라 기부와 후원이 널뛰기하는 형태의 기부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가 기부문화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저성장 시대를 지나고 있다. 신성장동력 없이 소비절벽, 고용절벽, 투자절벽이 이어지면서 불안요소도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대폭으로 늘었고, 벌써 내년도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세대가 힘든 저성장 시대를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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