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공해로 둘러싸인 외딴 섬 학교 기숙사를 바라보며
감각공해로 둘러싸인 외딴 섬 학교 기숙사를 바라보며
  • 김태선 교감(충북과학고)
  • 승인 2017.11.2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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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김태선 교감(충북과학고)

최근 우리 학교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소 축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과 앞으로 겪게 될 학생들의 괴로움은 말해서 무엇하랴. 생존권을 부르짖는 축산업자들, 학부모를 비롯해 학습권을 호소하는 교육자들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누군가 해결책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다리를 놓아주지 않는 한 내년 아이들은 발정기에 들어선 소 울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고, 코끝에는 냄새를 달고 숟가락을 들게 될 것이다.

사회·교육적 이슈가 되는 아픈 현실에 대한 감정적 슬픔은 차지하고 환경과 과학의 측면에서 이를 바라보며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환경오염을 넘어 후각, 청각과 같은 오감으로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감각공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관련 규제 기준이 있어 법적 제한이 강력한 전통적인 환경오염과 달리, 한도 기준을 정해 이를 초과하면 민원 등에 의해서 지자체로 접수되는 감각공해의 문제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치를 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악취방지법에 의하면 주거지역의 경우 악취의 세기가 2.5도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2.5도란 해당 지역 사람들에게서 민원이 제기될 정도의 악취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정말 참기 힘든 냄새인 것이 어떤 사람은 그래도 참을 수 있는 냄새로 개인 특성에 따라 다 다르게 작용하니 그것이 문제다. 축사로 발생하는 악취에 대한 판례에 따르면 사회통념상 일반인이 참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불법행위로 인정된다는데, 악취에 대한 `일반인'의 정의가 어느 정도가 되는 것일까?

소음의 경우에는 귀의 고막을 자극하는 공기 압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데시벨(dB)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소음진동관리법에서는 50dB이 넘으면 소음으로 간주된다. 항공기가 이륙할 때 공항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듣게 되는 소리가 약 70dB이다. 개인적인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소음에 의한 수면방해는 혈압 상승, 혈관수축 등의 일차 영향이 오며, 불면감, 피로감, 우울함 등이 이차 영향으로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쾌적한 수면을 위해서 야간에는 30dB 이하가 바람직하다. 두통이나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넘어 감각공해로 피로를 호소하게 될 아이들을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면 축사의 소 울음소리를 줄일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소리는 파동이다. 장애물을 만나면 튕겨나오기도 하지만, 장애물을 돌아 넘어가기도 한다. 높은 소리는 파장이 짧아 잘 휘지 않지만, 소 울음 같은 낮은 소리는 벽을 넘어간다.

차라리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 주변으로 나무를 더 많이 심어야겠다. 나뭇잎들과 나뭇가지들이 소리를 반사시키도록.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뭇가지 소리는 자연의 소리, 바람의 소리로 우리 아이들의 귓가에 도달하도록. 더 나은 교육환경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찾아 헤매는 교육가족 중 한 사람으로 오늘도 학교 기숙사를 바라보며 좋은 학습 환경 속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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