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으로 전락한 혈세
눈먼 돈으로 전락한 혈세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1.2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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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취재3팀(부장)

언제부턴가 우리는 세금을 혈세라고 부른다.

어학 사전을 보니‘국민의 피를 짜내듯이 걷은 세금이란 뜻으로 매우 소중해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될 세금’으로 명시돼 있다.

시장에 가서 콩나물 값도 깎고 택시 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버스에 오르며 아낀 돈으로 서민들은 세금을 낸다.

하지만 쥐어짜 낸 세금이 눈먼 돈처럼 쓰이면 어떨까?

교육부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입학금과 입시전형료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대학들은 등록금도 수년째 동결됐고 학생도 줄었는데 입학금과 입시전형료까지 교육부가 참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상을 들여다보니 교육부도 할 말이 있다.

학부모들이 낸 돈이 제대로 사용됐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긴 해도 교육부가 밀어붙일 명분을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4년제 사립대의 입학금 사용 현황을 보면 일반회계에 사용된 금액이 33.4%가 넘는다. 장학금, 홍보비, 입학 관련 부서 운영비 등 학교의 상시적 업무에 50% 가까이 썼다. 전체 입학금의 5.9%만 입학 실비로 소요됐고, 그 외는 일반경비처럼 사용했다. 대학이 수행해야 할 고유 업무인 입시를 이유로 비용 대부분이 부과 목적과 동떨어진 용도로 사용됐다면 존치돼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사정으로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해 9월 입학금 반환소송 원고인단 모집에 나섰고 연세대, 한양대 등 15개 대학 9782명이 참여했다.

예산 낭비 실태는 충북도교육청에 대한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0일 열린 행감장에서 윤홍창 의원은 김병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행복씨앗학교와 준비학교에 지원한 예산 낭비 실태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행복씨앗학교 및 준비 학교들이 교수학습활동 지원이나 활동에 연계된 사업이 아닌 먹고, 즐기는 데 혈세가 쓰였다고 폭로했다. 행복씨앗학교 예산이 홍보 달력 제작을 위해 160만원을 썼는가 하면 중창단 단복을 맞추는 데도 쓰였다. 피자, 햄버거, 치킨을 비롯해 간식비용으로 몇백만원을 쓴 학교도 있고, 스키캠프 비용으로 몇백만원을 사용했다.

윤 의원은 “예산을 먹고 싶은 거 먹고 쓰고 싶은 데 쓰라고 주는 게 아니다”라며 “행복씨앗학교 예산낭비를 그냥 눈 감고 넘어가면 학교는 썩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행복씨앗학교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창의적 교육활동을 통해 수업혁신, 교육과정 혁신을 이뤄 새로운 공교육 모델학교를 수립하는 게 목적이다. 취지를 살리지 못하니 학교 현장에서는 행복씨앗학교 예산을 눈먼 돈이라고 말할 수밖에.

예산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 도교육청이 파악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제대로 된 모델을 찾기보다 성과위주로 행복씨앗학교 확대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최근 세월호의 미수습자 5명의 유가족이 목포 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한 배경을 듣고 씁쓸했다. 동생과 조카의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 권오복씨는 목포 신항을 떠나는 날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어차피 세월호 안은 텅 비었고, 선체를 세우는 데 1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가야 하는데 국민에게 미안해서 안되겠다”고 말했다.

눈먼 돈처럼 누군가의 배 속을 채우는 세금이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국민에게 죄스런 마음을 들게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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