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가치의 헌법 반영은 시대정신이자 지상명령이다
농업가치의 헌법 반영은 시대정신이자 지상명령이다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11.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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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아니 농업은 생명이다. 농업이 없으면, 농업이 죽으면 인류의 삶도 끝장이기 때문이다. 농업은 논이든 밭이든 초지든 황무지든 땅을 매개로 영위된다. 농사지을 땅덩어리가 나날이 줄어드니 우리 후손들의 생명줄이 위태롭기 그지없다. 금싸라기 같은 농토가 도로로·철도로·산업단지로·주거단지로·골프장과 위락시설단지 등으로 잠식되어 나날이 오그라들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의 발전과 농·축·수산물의 양산으로 보릿고개를 잊을 정도로 식탁이 풍성해졌지만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50배가 넘는 농지가 사라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참으로 크다. 지역개발과 세수증대라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농지소멸 작태를 더 이상 방치하면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 농촌인구의 유출을 방치하다가 농촌의 초·중등학교가 폐교되고 어린애 울음소리가 끊기는 등 아사 직전의 농촌현실이 이를 웅변한다.

다행히 농협이 농업의 공익가치를 개정헌법에 반영키 위해 국민공감 1000만 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어 안도 된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헌법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기에 공론화해 믿음이 간다. 아니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도 식량 주권 및 식량안보 수호,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생태계 보전, 지역사회 공동체와 전통문화 계승 등 농업과 농촌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이른다.

식량안보란 국민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가가 자국민에게 충분한 수량과 만족할 만한 품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서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주곡인 쌀 생산의 마지노선 확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석유의 부족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쓰거나 소비를 절약하면 버틸 수 있으나 식량부족은 폭동을 야기할 정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식량은 수입해서 쓰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진 않으나 이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생각이고 주장이다. 식량주권을 잃으면 수입국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고, 그들 나라도 개발에 의해 농지가 속수무책으로 줄어들고 있으니 결코 항구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농업과 농촌을 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뼈 빠지게 고생하는 우리 농업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신명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하면 도시 소비자들도 신토불이의 건강한 농축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며칠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한강의 기적 운운하며 한국민을 예찬했지만 그 내면에는 미국의 농축산물을 더 많이 수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한미FTA 개정 협상은 결국 미국 농업인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 농업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니 정부는 이에 합당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근원적 대책이 바로 농업가치의 헌법 반영이다.

다소 선언적일지라도 농민과 농업을 헌법상의 주체로 예우하고 보호해야 옳다. 스위스가 연방헌법 제104조에 독립적으로 농업조항을 두고, 농업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보장과 지원에 대한 국가 책무를 규정하고 있고, 일본이 `식료 기본법'을 제정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정의 기본 이념 중 하나로 삼고 이에 근거해 식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처럼.

이처럼 스위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정해 제도적 장치를 통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듯이 우리도 그리해야 한다. 농업가치의 헌법 반영을 위해 이응걸 농협충북지역본부장이 앞장서서 이시종 지사와 관내 시장·군수들의 서명을 받고 있고 도민들도 우호적이라서 기대가 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헌법에 반영되는 그날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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