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않은 은행들의 호황
달갑지않은 은행들의 호황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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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국내 은행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해 들어 지난 3/4분기까지 9개월간 순이익 11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으며 2011년 이후 6년 만의 최대치다. 3분기까지 이자 수익은 무려 2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의 이 같은 호황은 높은 수준의 `예대마진'에 편승한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지난 3/4분기 시중 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는 2.06% 포인트로 2014년 4/4분기 이후 가장 컸다. 한국은행에서 `나랏돈' 빌려서 앉은 자리에서 2%씩 손쉽게 수익을 냈다는 뜻이다. 실제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 채권 규모는 2016년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200조원 대 이상이다. 이들 은행에 예대마진 2.06%를 적용하면 그 수익 규모만 연간 24조원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은행이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소식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어야 한다. 은행들이 적절한 곳에 돈을 공급해서 이를 통해 경제적 파급 효과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면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이보다 좋은 일은 있을 수 없다.

돈을 빌려 쓴 기업이 그 돈으로 상품을 생산, 국외에 수출해 수익을 창출해 국부를 쌓는다면 이 역시 최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은행의 호황은 어쩐지 달갑지 않다. 경제의 선순환에 기여한 대가라기 보다는 예대마진에 의존한 사상 최대의 호황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대마진이 크다는 것은 금융 소비자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은행은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는 1%밖에 되지 않는 쥐꼬리만큼의 이자를 주면서 돈을 빌려쓰는 고객에게는 예금 금리의 2~4배를, 심지어 신용등급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7~8배까지 고리를 받아 챙긴다.

은행을 보는 불편한 시선 중 하나는 은행이 공익적인 기능을 다하지 않고 수익만 챙기려 한다는 점이다. 돈의 흐름을 건강하게 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제 기능은 소홀히 하면서 예대마진에 편승해 쉽게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대표적이 예다. 실제 우리나라 은행들의 문턱 높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성실성 등이 있어도 담보가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노숙자가 신청한 단돈 5000달러의 대출 건을 심사하려고 노숙자가 잡역부로 일하는 근로현장에 달려가는 선진국의 은행원들. 우리나라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엊그제 세계일보가 은행들이 공무원 단체, 공기업 직원들에게 1%대의 특혜 대출을 해주면서 서민들에겐 3% 대 이상의 비싼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1개 국내 은행들이 공무원 단체, 공기업 등과 맺은 MOU를 토대로 전수조사한 결과였는데 `힘있는' 기관에 대한 우대가 결국 일반 금융 소비자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소지가 크다.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고 이어져 온 은행들의 그릇된 관행들. 건강하고 착한 은행은 왜 생겨나기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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