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지팡이
흰 지팡이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11.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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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보면서 눈에게 감사한다. 앞이 보이기에 주위의 환경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행동이 자연스럽다. 움직이는 장소가 고르지는 않아도 지형에 따라, 물체의 모양에 맞추어 활동하는데 장애를 느끼지 않는다. 불편을 모르는 편안한 생활에 익숙하여 눈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

지난 시월 중순 흰 지팡이의 날 행사에 참석하였다. 행사는 사단법인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음성군지부가 주관했다. 회장은 입구에서 참석하는 내 외빈을 회원의 도움을 받아 맞이하며 인사를 건넨다. 연단에 오르는 회장은 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마이크 앞에 선다. 대회사를 하며 전에는 점자 대본을 읽었지만 올해에는 대본 없이 한다며 여유롭게 한다. 원만하게 진행되는 과정에는 도우미의 역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흰지팡이 헌장이 있다. 나는 소중한 자리에서 헌장을 낭독하는 영광을 가졌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고 활동하는데 가장 적합한 도구이며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나타내는…. (중략) 위치와 지형의 변화를 알려주는 도구로 어떠한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도구입니다. 누구든 흰지팡이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하생략)”로 되어 있다.

이 헌장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980년 제정되었다. 이번 행사도 헌장의 취지를 기리기 위해 기념하는 행사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행사이지만 대부분이 기억을 못 하는데 문제가 있다. 올해가 38번째인데 얼마나 많은 분이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함을 느낀다.

흰 지팡이는 안내자다. 가늘고 긴 흰색의 지팡이에 의지하여 활동한다. 장애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느낌으로 방향을 정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신체적 장애를 대신하는 지팡이는 동반자로의 역할이다. 지팡이의 색깔은 흰색으로 통용되고 있어 일반 지체 장애인이나 노인이 보행에 쓰는 지팡이와 구별된다. 시각장애인 이외는 흰색 지팡이 사용을 못 하도록 정해져 있다.

흰지팡이 사용에 대한 내용은 법에 있다. 도로교통법에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도로를 보행할 때는 흰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도록 하였다. 또한 같은 법 49조 1항에는 흰지팡이를 가지고 걷고 있을 때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일시정지하거나 서행하도록 명시되었다. 법으로 정해진 내용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 늘 저장되어 실천되도록 반복적인 강조가 요구된다.

지팡이는 고대로부터 시각장애인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보조기구이다. 현재는 흰색으로 나타내므로 시각장애인임을 누가 보아도 알게 하였다. 시월에 하는 하루의 행사로 마무리되지 않고 우리 모두의 관심 속에 쭉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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