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무너질라 모두 대피 … 추위·공포에 ‘덜덜’
집 무너질라 모두 대피 … 추위·공포에 ‘덜덜’
  • 뉴시스
  • 승인 2017.11.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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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두려움 호소하는 포항 흥해읍 사람들

어제 하루동안 여진만 40회 “3~4일 지속될 듯”

시민들 약간만 흔들려도 신경 예민 … 불안감 호소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출입통제… 대피소서 `쪽잠'
▲ 16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체육관 주민 긴급대피소에서 주민들이 응급 구호품을 받고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된 16일에도 포항지역에는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40회 이상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6.12도, 동경 129.37도며 지진 발생 깊이는 8㎞다. 이어 오전 10시37분 34초에도 경북 포항시 북구 북부서쪽 6㎞ 지역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잇달았다.이 지진은 전날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진이란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상청은 이날 여진이 오전 11시 현재 총 43회 발생했다. 이 가운데 4.0~5.0 미만이 1회, 3.0~4.0 미만이 3회, 2.0~3.0 미만이 39회였다.



# 불안에 떠는 포항 지진피해 주민들

“친구들이 울면서 엄마를 찾았어요.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16일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피해주민 배대윤(15)군은 15일 지진이 나던 순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지진을 감지하기 직전 재난문자를 먼저 받은 배군이 `설마'라고 생각하던 찰나 곧바로 큰 진동이 교실을 흔들었다고 한다.

배군은 “곧바로 운동장으로 대피를 한 뒤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4~5통 전화를 걸었는데 연락이 안 됐다. 신호가 안 가더라”라고 불안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군이 다니는 흥해중학교는 무너진 벽돌이 튀어 교실 일부 창문이 깨지고 교실에 비치된 사물함이 밀리며 집기가 쏟아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단독주택인 배군의 집 담벼락에는 이번 지진으로 수직으로 금이 생겼다.

지진 직후 일단 집으로 돌아갔던 배군은 밤새 여진이 찾아들자 불안한 마음에 이날 오전 10시쯤 대피소를 찾았다. 배군은 “트라우마가 심하다. 약간이라도 흔들리면 신경이 예민해져서 도저히 집에 못 가겠다”고 불안함을 호소했다.

임시대피소로 지정된 체육관에는 무섭다며 두려움을 호소하는 피해 주민이 부지기수였다.

피해등록 업무를 보고 있는 흥해읍사무소마저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벽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를 목격한 피해 주민들은 한층 더 불안에 떠는 모습이었다. 읍사무소 직원들도 여진으로 인한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어머”, “아이구”라고 중얼거리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피 주민들 중에는 본인이나 가족에게 지병이 있음에도 약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대피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흥해 약성리에 거주 중인 이영한(59)씨는 “아내가 중증 환자라 약을 먹는데 챙기지도 못했다”며 “물건이 하나 핑 날아오더니 10초 만에 모든 게 흔들렸다. 아예 집으로는 못 들어가겠다”고 했다.

작년에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을 한차례 겪었지만, 피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지진의 강도는 이번 포항 지진이 훨씬 더 컸다.

흥해 옥성리에 거주 중인 박지숙(47·여)씨는 “앞전 지진 때도 집에 있었는데 이번엔 `집이 내려앉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꼈다”며 “그땐 창틀이 흔들렸는데 이번엔 집안이 뒤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으로 꼽히는 대성아파트는 오후 2시 현재 주민들의 출입이 아예 통제돼 있다. 대성아파트 주민인 유지윤(20·여)씨는 “아파트가 거의 기울어졌다. 전체가 통제가 되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포항 장성동의 부모님 댁을 찾았다가 지진을 겪은 김가영(30·여)씨는 “밤 9시에 집에 앉아있으니 다시 지진이 시작되는 것 같아 집에서 관리하는 비닐하우스로 뛰쳐나갔다. 거기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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