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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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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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충북과 갈등관리 제도화 방안
갈등과 분쟁이 없는 사회는 생명력이 없는 사회라 할 수 있다. 갈등이 없는 조직이나 사회는 외형적으로는 안정과 평화로움을 기반으로 하여 행복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조직이나 사회의 보이지 않는 엘리트의 의지에 의해 평화와 안정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갈등이 없이 지내는 조직이나 사회는 생존성을 위협받게 되고 발전의 역량이 뒤처지게 되어 있다. 역으로 말하면 갈등이나 분쟁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은 그 사회나 조직이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툼이나 갈등은 인간 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생활양식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갈등이나 다툼이 없다고 주장하면 이는 대단히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어떤 사회나 국가도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현대 사회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 질수록 이러한 갈등이 표출되는 정도가 늘어나게 되고 관리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된다.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사회 구성원이나 단위 조직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옛날에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혹은 문제로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새롭게 중요한 갈등 문제로 부상되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 층간 소음문제나 애완동물 사육 문제, 주차 문제 등 과거에는 이웃 간에 웃어넘기거나 공동체의 도덕률을 갖고 처리하던 문제들이 이제는 주먹다짐을 넘어 폭력이나 법원으로 문제를 가지고 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단위 마을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와 지역, 지역과 지역 간의 갈등이나 분쟁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책이나 행정 행위를 대상으로 한 갈등 또한 첨예한 대립 각을 세우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갈등과 분쟁의 요소들이 수면 아래에서 잠재하기도 하고, 수면 밖으로 극심한 대립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충북 사회가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이고 발전의 역량을 갖춘 사회이며,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이들 다양한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증폭되거나 하는 경우에는 지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최근에 있는 도 복지여성국장 임명을 둘러싼 도와 시민단체 간의 갈등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새로운 갈등의 요소들은 늘 잠재되어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표출이 아니라 표출된 갈등이나 분쟁을 얼마만큼 지혜롭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앙금이 남고, 불신이 생기며 협력의 틀이 깨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그 피해는 갈등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아무런 죄없는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될 것이다.

지역 공동체 내에 불신이 싹트고 공존과 발전을 위한 상생 협력의 틀이 깨어지는 순간에 우리 지역의 지식인들이 무엇을 해왔는가 자문해보자. 오히려 방관을 통해 갈등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갈등관리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학계는 물론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언론, 종교계의 공동 노력을 통해 지역 내의 갈등을 해결하고 예방하며 치유할 수 있는 갈등관리 프로그램의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갈등을 잘 관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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