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불 이야기
가을 산불 이야기
  • 신종석<충북도 산림녹지과장>
  • 승인 2017.11.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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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신종석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지역의 산불은 가공할 위력을 보여 주었다. 사망 31명, 실종 400여명에 3500채의 건물이 소실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IT 회사인 휴렛팩커드(HP)의 기록보관소가 전소되었으며 미국 와인의 85%를 점유하는 와인의 땅, 나파지역의 포도 생산기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로키산맥을 넘어오는 디아블로 윈드(악마의 바람)가 시속 130㎣라는 무시무시한 풍속으로 축구장 1개 면적을 불과 3초 만에 태웠다는 기록을 남겼다.

산불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국가 간 환경문제로 거론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산불로 인한 연무(煙霧) 현상으로 50만명이 호흡기 질환을 겪게 되었던 인도네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국경 넘는 산불의 책임 공방이 치열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공항폐쇄와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인한 관광수입 감소는 국가 GDP 하락과 이미지 손상을 초래하였고 팜유 생산 차질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연무로 인한 공기 질의 악화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림장관회의에서 “산림을 키우고 지키는 일은 인류의 미래를 담보하는데 불가결하다. 산림을 빼고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 대처할 수는 없다”라고 산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요약하면 인류의 미래와 생존에 관한 결정적인 역할을 산림이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렇듯 소중한 산림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재난재해라고 한다. 산사태와 산불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산사태는 표토의 유실과 이동으로 산의 원형을 변화시킨다. 산불은 자원적 가치가 있는 목재를 비롯한 모든 유기물의 손실을 입히는 생태계 교란과 함께 2차적으로 산사태 원인이 된다.

가을산불 시즌이다.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는 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이다. 도내 14개 기관에서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감시원 755명, 전문예방진화대원 700명을 배치하였다. 산불발생 시 초동진화를 위해 감시시설 124개소, 무인감시카메라 99대를 운영하는 등 산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산림청, 진천산림항공관리소를 비롯한 20여 유관기관 단체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또한 도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고 귀중한 산림자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10월 중순까지 누적강우량은 최근 10년간 평균 강우량 1169mm에 못 미치는 929mm로 79% 수준이다. 그만큼 건조한 상태이고 산불의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뜻이 된다. 길고도 유난스러웠던 봄철 가뭄현상이 가을철 산불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200여 산림공무원들이 주말, 야간 구분없이 산불예방과 감시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가을단풍과 겨울산행의 묘미를 즐기시는 162만 도민의 관심과 산불조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힘을 더할 것으로 확신한다. 입동(立冬)이 지났고 소설(小雪)도 멀지 않았다. 계절은 시간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으며 깊어진 시간은 가을 산으로 첩첩이 쌓여가고 있다. 숲을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모든 분들의 산행 안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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