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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트는 일은

生의 한가운데 최명임<수필가>l승인2017.11.15l수정2017.11.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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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임<수필가>

올해는 큰바람이 없으려나 보다. 우듬지에 둥지를 틀었다. 새도 영물이라 날씨를 예견하고 큰바람이 오는 해는 더 내려앉아 나무의 든든한 어깨에다 둥지를 튼다고 한다.

산까치가 집을 짓고 있다. 넓은 땅을 두고 나무 한편을 빌려 둥지를 틀고 있다. 어찌 어린나무 위에다 집을 짓고 있을까. 게다가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마당 가운데 짓고 있으니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일 것이다. 그들의 처마 밑을 엿볼 수 있어 호기심이 동했다. 손녀들에게 알려주었더니 주말에 새 둥지를 보러 오겠단다. 카톡 카톡 하기에 들여다보니 “할머니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새집은 다 지었어요? 아기는 낳았어요?” 궁금증이 쏟아진다.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무한한 아이의 천진스러움에 흠뻑 웃었다.

언제부턴가 집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 짓다 만 둥지가 부실공사의 표본처럼 덩그마니 놓여 있다. 뒤늦게 시행착오임을 깨닫고 미련 없이 떠났나 보다. 다행이다. 한갓 미물도 그러하니 사람은 더더욱 해악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지를 틀고자 명당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손녀에게는 내가 짐작하고 있는 이유를 자분자분 설명해 주어야겠다.

한동안 무심했는데 산마루 거목에다 누군가 둥지를 틀었다. 하늘이 무척 가깝다. 세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아주 멀리 날아 볼 꿈을 꾸어도 좋을 만큼 시야가 트여 있다. 새끼를 키우기엔 금상첨화이다. 아마 그들일 것이다. 그간 몇 차례나 이사를 하였을까. 바람이 심심하면 메칼 없는 장난으로 날려버릴 것 같이 간당간당하지만, 사람의 간섭도 바람의 장난에도 끄떡없는 곳이리라. 맹모삼천지교를 떠올리며 내가 흐뭇하다.

어미가 생애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알을 품을 것이다. 그들을 황홀케 하는 대 사건이 벌어지면 존재감은 최고조에 이르리라. 그날 이후로 거센 파도와 피죽바람에도 날개가 부르트도록 날아야 하는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새끼들은 고 작은 입을 벌리고 아우성을 칠 게다. `날고 싶다, 날고 싶다?.'날개가 돋아나면 사는 법을 배우고 날개가 더욱 탄탄해지고 멀리, 높이 날아오를 준비가 되면 드디어 대장정에 오르리라. 그 어미도 나처럼 슬픔이 양념처럼 곁들인 행복한 눈물을 흘리려나. 단내를 풍기는 복숭아를 훔칠 때마다 앙큼하다고 말 매를 주었는데?.

내가 둥지를 틀고 고만고만한 새끼들을 품고 있을 때가 그맘때였을까. 알콩달콩 살아오던 날들이 눈에 선하다. 아이들이 떠날 때마다 어머니처럼 나도 눈물 한 동이는 흘렸다. 이제 빈 둥지의 슬픔도 무디어지고 떠나는 것이 이별이 아님을, 슬퍼할 것도 아님을 짐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영원한 이별이라 여겼던 어머니와 소중한 인연들도 또 다른 무엇으로 돌아와 함께 숨 쉬고 있음을, 생각해보니 우리는 언제나 우주라는 큰 둥지 안에서 하나였음을 알 것도 같다.

둥지는 고차원적인 산실이다. 그것이 마음에 있든 우듬지에 있든 마당에 있든 또는 더 크거나 더 작거나 하는 가치의 개념을 버리면 신성하지 않은 것이 없다. 생명이 태어나고, 번성하고, 진화하고, 소멸하는 섭리가 존재하는 총체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둥지를 트는 일은 가장 숭고하고 고귀한 작업이다. 조물주는 곁을 일일이 내어줄 수 없어 세상 곳곳에 어머니를 보내셨다지.

둥지를 트는 일은 작은 내가 알지 못하는 신의 더 큰, 더 많은 뜻이 숨었으려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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