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사회 통계 조사
2017 사회 통계 조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1.1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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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전 세계 1위라는 방증이 또다시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출을 줄인다면 어떤 분야를 줄이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이 교육비는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지출 절감 대상 1순위 항목은 단연 외식분야(64%·이하 복수 응답)였다.

이어 식료품 구입비와 의류비가 공동 2위(40.8%), 문화·여가 비용이 4위(38.9%), 그 다음이 연료비(24.2%), 교통·통신비(21.1%), 경조사비(16.4%), 의료비(9.1%)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단 8.8%였다. 설문이 복수 응답을 유도한 것을 감안하면 교육비는 거의 줄이지 않겠다는 국민이 절대다수였다.

식당 사장님들에게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여전히 달갑지 않다. 지출 절감 대상 1순위가 바로 `외식분야'였기 때문이다. 2017년 현재 전국의 식당 수는 모두 66만여개. 인구 78명당 식당이 1개꼴로 과포화 상태다.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퇴직 후 또는 창업 때 식당 문을 열지만 망하기도 쉽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도심의 몇몇 학원에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학생들로 빽빽이 차 있는 강의실과 줄 서서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학원들의 `스쿨버스'. 학교에서도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 학교 정문 앞 도로를 `점령'하고 늘어선 수십대의 학원 차량. 수년 전엔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살인적인 학원 스케줄이 해외 토픽으로 지면에 오르기도 했다. 12시에 수업이 끝난 초등생이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피아노학원·수학·영어 영재학원, 논술학원을 다니는 모습에 외국 학부모들이 놀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서울의 평범한 한 입시학원을 상장주식회사로 키워놓기도 했다. 서울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대성학원이 2003년 통째로 거래소에 상장됐는데 2014년 매출 실적이 575억원에서 2016년에 835억원으로 불과 2년 새 45% 260억원이 신장했다.

학원 프랜차이즈와 교재 판매, 인터넷 강의 등이 주 소득원인 이 회사는 올해에도 호황을 구가,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 학원들의 고객은 학생, 입시생 뿐만이 아니다.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학원에 다니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자녀가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와도 취업 때까지 학원 수강 비용을 대야 하는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 서구 사회에선 토픽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회조사 결과 20대 이하 청년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은 공무원, 공기업 사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9세 이하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5%가 국가기관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도전 정신은 사라지고 유년기 때부터 온실 속에서 `취업 교육'을 받으며 사회에 나와서도 노량진과 신림동의 고시촌에서 취업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 이래저래 씁쓸한 통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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