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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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형묵<수필가>
  • 승인 2017.11.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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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형묵

`^^**^^ ^^**^^'

들판을 난다. 창공을 솟구쳐 오른다. 희망의 노래는 새 소리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밥을 먹는 중인데 놀러 오라 야단이다. 시도 때도 없다. 술 한 잔 나누거나 산 능선을 오르는 시간에도 사정없이 조른다. 눈치가 없는 건지 넉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그들의 초대에 무심하면 무감각하다 할 것이요, 관심이 적거나 늦게 반응해도 표정이 달라진다. “나 시간 있어요. 놀아줘요.”라고 하는데, 아예 모르는 체했다가는, “아! 그러세요. 이제 당신과 나는 `1촌'사이가 아닙니다.”라고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렇게 보채는 이유는 사정을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 풍경이 근사하더라, 그런 요리 처음 먹어 보았다, 아이들 모습이 하도 귀여워 혼자서 못 보겠다, 대개 그런 것들이다. 누구는 꽃과 나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어떤 이는 석양이 깔린 바다의 풍경을 화면에 깔아놓는다.

정성이 대단하다. 그들 방에 가면 이야깃거리에, 볼거리에, 입맛 당기게 하는 것까지, 고양이 뿔 빼고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골고루 갖춰 놓았다. 인심도 후해 들르면 들를 때마다 버선발로 반기고 실컷 놀아도 더 놀다 가라며 바짓가랑이를 잡는다.

그래 그들 방에 놀러 갈 때는 마음의 채비가 필요하다. 상황에 맞게 `좋아요. 예뻐요. 슬퍼요.'같은 표식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 `^^*^^'으로 웃음이나 즐거움을 표하고, `♬♪'음표를 섞어 기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습거나 겸연쩍으면 `ㅋㅋ', 황당하면 `--', 축하할 때엔 `추카추카', 고마우면 `ㄱㅅㄱㅅ', 이런 식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그렇게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게 `이모티콘'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있는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 재미있는 표정이나 모양을 통틀어 이모티콘(emoticon)이라 하는데, 신조어가 생성되듯 이모티콘도 나날이 새 옷을 입는다.

사람 모양이나 동작을 본뜬 이모티콘도 등장했다. 그중에 노란 색깔을 입힌 얼굴에 토끼 모자를 쓴 놈의 인기가 상당하다. 이놈만 나타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입이 헤벌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긋 웃는 표정으로 주먹을 쥔 채 양손 엄지를 치켜세워 양 볼에 대고는 `당신이 최고입니다. 당신 멋져요!' 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사람 없다. 눈을 찡긋하는 놈에, 입을 헤벌리고 웃는 놈에, 수줍어하며 한 손을 턱밑에 댄 채 어딘가 바라보는 놈에, 나 좀 봐달라고 애걸하는 놈엡.

인터넷 세상의 무수한 변화에 두려움이 없지 않지만 이모티콘이 있어 울고 웃는다. 오늘도 순간마다 고민하고 갈등하며 얼굴 찡그리지만, 그놈들이 있어 기분을 어르고 달랜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이리저리 특수 문자를 조합해 본다. 그들 방에 놀러갈 때 선물로 어떤 이모티콘이 좋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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