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신청사 개발과 보존의 시험대
청주 신청사 개발과 보존의 시험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11.12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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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국장)

올해 처음으로 열린 2017세계문화대회가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렸다. 세계 50여 개국의 문화기획자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며 소통과 공감의 장을 펼친 행사는 3일간의 글로벌 축제로 진행됐다.

`문화'의 영역이 워낙 넓다 보니 청주로 발길이 이어진 세계 컬처디자이너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동·서양을 뛰어넘고, 연령과 계층을 뛰어넘어 `문화'로 연대하는 현장은 모처럼 활력이 넘쳤다. 여러 국제행사를 개최해 온 청주지만 외부인사와 문화가 유입된 이날 대회는 지역에 문화 이색 지점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장을 지켜보면서 2017세계문화대회가 청주를 찾은 까닭이 궁금했다.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 없는 행사이니 지역마다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섰을 테니 말이다.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대회 오프닝에 참석한 홍석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첫 대회를 청주에서 개최한 이유로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꼽았다. 1960년대식 대형 콘크리트 건축물이 현대화 과정에서도 헐리지 않고 보존된 이 공간에서 세계 문화기획자들과 소통의 장을 갖고 싶었다고 한다.

행사를 기획한 김관수 총감독도 견해가 같았다. 김 감독 역시 연초제조창을 보는 순간 세계문화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하자는 생각이 들 만큼 반했다고 했다. 그만큼 낯설고 독보적인 공간은 기획자나 창조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임이 틀림없다.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연초제조창 건축물은 공간이 지닌 아우라와 역사로 청주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부러움을 사는 연초제조창이지만 헐릴 위기에 처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도심 속 흉물은 아파트 용지로 검토되는 등 예산에 따른 오랜 숙고를 거쳤다. 다행히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 연초제조창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건축물은 문화란 옷을 입고 빛이 발하면서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청주의 문화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명분 속에 자칫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연초제조창의 경험은 행정력과는 여전히 동떨어져 있다. 개발과 존치 사이에서 청주시의 선택은 늘 개발에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직동 안기부 건물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논의되다 어느 날 갑자기 헐려졌고, 사비를 털어 20여 년 운영해온 스페이스 몸 미술관은 가경지구 개발로 도로에 편입될 위기다. 누적된 지역 문화의 역사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언제든지 개발의 굴착기에 처참히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추억이 없는 도시는 삭막할 수밖에 없다. 빌딩숲보다 좁은 골목길에서 추억은 더 살아난다. 각박한 현대사회가 과거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인간성 회복에 있다. 역사와 추억과 기억의 흔적은 삶과 깊은 연관을 맺으며 문화로 귀결되기에 옛것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거다. 낡고 지저분하다고 다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 공간 속에서 따뜻한 정서를 발견하고 인간성을 되찾자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청주의 역사는 도시 개발에 밀려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개발과 보존을 두고 또 하나의 시험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6일 청주시청 본관건물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15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 공모전에 선정됐다. 본관이 청주의 별칭으로 불리는 주성(舟城·물 위에 배가 떠 있는 형상)을 잘 표현해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존을 두고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보존에 무게를 둔 반면 청주시나 공무원들은 철거 후 신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청 건물을 그대로 두고 청사를 건립하면 신청사 건립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고, 토목공사와 리모델링 등 추가 비용도 40억원 가량 투입돼야 한다는 이유다.

개발 논리로만 따지면 다 밀고 반듯한 신청사로 건립돼야겠지만 청주의 역사와 문화 공간을 품은 신청사 건립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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