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좌파와 보수 우파
진보 좌파와 보수 우파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11.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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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좌파(左派)와 우파(右派)는 고정 불변의 실체인가? 정치적 성향을 나타낼 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 `좌파'와 `우파'다. 좌파는 정치 및 사회 문제 전반에 대해 안정보다는 변화,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경향을 지닌 진보적 정치사상이나 정치세력을 가리킨다. 우파는 좌파와 상반되는 보수적 정치사상이나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말이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그 시대가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개인주의적인 자유주의 정치사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사회에서는 우익으로 분류되지만, 국가주의를 비판하며 개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사회에서는 좌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주의 정당 내에서도 급진파와 온건파를 다시 좌파와 우파로 구분하는 경우처럼, 동일한 정치세력 내에서도 다시 좌우로 나눠지기도 한다.

이처럼 좌파와 우파는 `고정 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그때그때 처한 정치 사회적 상황과 여건에 따라 특정 정치사상이나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말일 뿐이다. 이 같은 까닭에 이제부터라도 구태의연한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늬뿐인 `좌파 우파', `좌익 우익', `진보 보수'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뒤흔드는 감언이설에 부화뇌동하며 이용당하는 일 없이 누가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지 냉철하게 꿰뚫어 보아야 한다.

국민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 중 하나인 정치적 의사표현 및 제반 행위들은 천 길 낭떠러지를 연결해 놓은 외줄 위를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줄 위를 걷다가 균형을 잃으면 즉시 떨어지듯, 정치적 행위도 마찬가지다. 국가 발전과 무관하게 자신의 권력 의지를 활활 불태우는 소인배 정치인들의 망언(妄言)에 현혹되어 그릇된 정치적 행위를 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라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는데 한몫을 한 꼴이 되고 만다.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순간이다.

오른쪽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면, 즉시 왼쪽 날개를 펄럭이면서 균형을 잡아야만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횡포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 부(富)의 불균형이 심각해짐에 따라 안정보다는 변화, 성장과 경쟁보다는 분배와 복지, 자유보다는 평등이 필요하다면 좌파니 우파니 하는 소모적 논쟁 없이 즉시 진보 좌파적 정치 행위에 무게를 실어 주어야 한다. 이때 왼쪽 날개를 펄럭이는 것은 진보 좌파를 고집하기 위함이 아니다. 균형을 잃지 않고 바로 서기 위한 생존 전략일 뿐이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나침에 따라 변화보다는 안정, 분배와 복지보다는 성장과 경쟁, 평등보다는 자유를 강조해야 할 상황이면 즉시 오른쪽 날개를 펄럭이며 보수 우익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이 또한 보수 우파를 고집하기 위함이 아니다. 균형을 잃지 않고 바로 서기 위함일 뿐이다. 결국 진보 좌파니 보수 우파니 하는 그 어떤 프레임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0점 조정된 마음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진보 좌파가 됐다가 보수 우파도 될 수 있어야만 정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공자님의 말씀처럼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정형화된 그릇이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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