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의 요건은 도덕성이다
지방정치의 요건은 도덕성이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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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9일 대법원 2부는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승훈 청주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460만원 부과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치자금법으로 불구속 기소 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이로써 이승훈 시장은 임기를 8개월 남기고 시장직을 상실했다.

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 시장은 당선 이후부터 줄곧 선거법위반, 정치자금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언론에 오르내렸고,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렸다. 시장의 직위는 보궐선거를 대비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취임 초기부터 레임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청주시는 부패지수가 전국 최하위권에 이를 만큼 부패도시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공무원들의 금품수수와 불법 보도방 운영 혐의, 화장실 몰카 설치 같은 파렴치한 범죄행위부터 상급자 폭행 같은 공직기강 해이, 분뇨처리장 비리의혹과 쓰레기매립장 관련한 비상식적인 행정처리, 시민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통행 행정 등 그동안 청주시 공무원들이 보여준 행위는 시민의 공복이라는 말이 무색한 부끄러운 일들이었다.

이렇게 부정부패가 만연한 청주시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약 8개월간 청주시장의 직무를 맡게 될 이범석 부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나 선거에서 자유로운 그는 공무원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청주시가 부패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 공개모집 중인 감사관을 잘 뽑는 것도 그런 일 중에 하나이다. 형식적으로는 공개모집을 하면서 계속 공무원을 임명해왔던 관행을 깨고 청주시 공무원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감사관을 뽑는 일과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 청주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범석 부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이승훈 시장의 중도낙마는 도덕적으로 최악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충북지역 정가에 보내는 경고다. 올 한해 충북의 지방정치는 막장을 보여줬다. 최악의 비 피해를 눈앞에 보면서도 외유성 해외시찰을 떠난 도의원이 국민을 레밍 쥐에 비유하여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가 하면, 개인비리에 연루된 지방의원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제 식구 감싸기, 패거리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며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런 지방정치판의 부도덕한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한편에서는 지방자치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정치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치판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분개하기도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기초의원이든 광역의원이든 단체장이든 지방정치에는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하며 전문적인 지식과 신망을 쌓아온 이들이 지방정치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지방의원이라는 쥐꼬리만 한 권력에 기대어 공무원과 주민들 위에 군림하며 개인의 영달과 사익을 추구해왔던 지방정치인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제발 물러나기를 바란다. 또 공직에 몸담았다가 퇴직한 이후에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지역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제발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고위공직에 있으면서도 바로잡지 못했던 공직사회나 지역사회가 그들이 지방의원이나 수장이 되어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이승훈 시장의 중도낙마로 무주공산이 된 청주시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러나 이번엔 청주시장선거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민선 이후 단 한 번도 재선시장을 허락하지 않았던 청주시민들이 믿고 따르며 재선, 삼선을 맡길 수 있는 인물이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인물의 첫 번째 덕목은 도덕성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후보들만이 나서서 도민들이 도덕성의 척도를 놓고 누구를 선택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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