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열정과 치유의 노래 '브람스 첼로소나타'
불타는 열정과 치유의 노래 '브람스 첼로소나타'
  • 이현호<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7.11.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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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현호

가을은 옛 추억을 떠올려 깊은 사색에 빠지기 좋은 날씨입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좋은 음악과 함께라면 이 가을이 더욱 좋을 듯싶습니다. 가을이란 계절은 음악에 있어서 중년의 남자들을 설레고 두근거리게도 합니다. 가을이 시작될 때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로 가슴을 설레게 했는데 브람스는 이 가을의 끝에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가을을 보내는 것을 아쉬워하며 가을의 끝도 브람스와 함께하려 합니다. 바로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1번 E 단조를 얘기하려 합니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은 1865년 여름 바덴바덴 인근 리히텐탈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곳은 클라라의 별장이 있는 곳이며, 수많은 예술가가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브람스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성악교사이며 첼로연주를 즐겼던 겐스바허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겐스바허는 브람스가 이 곡을 작곡할 때 도움을 준 것뿐만 아니라, 브람스가 슈베르트의 미출판 악보를 검토해 세상에 소개하는 일을 할 때도 곁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브람스는 이 곡을 작곡할 때 틈틈이 슈베르트의 미발표곡을 찾아내 세상에 빛을 보게 하는 일을 같이했는데 슈베르트의 명작 `방랑자 환상곡'도 이때 세상에 내놓아 빛을 보게 했다고 하며, 당시 겐스바허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출판은 1865년 9월 라이프치히의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사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그다음 해인 1866년 짐로크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곡의 헌정은 곡이 완성될 때까지 곁에서 도와준 겐스바허에게 돌아갔는데 그의 고마움을 아는 브람스가 완성된 첼로소나타를 그에게 헌정한 것입니다. 초연은 1871년 1월14일, 라이프치히에서 `에밀 헤거'의 첼로와 `카를 라이네케'의 피아노로 연주됐습니다.

첼로소나타 제1번의 느낌은 쓸쓸한 북유럽적인 정취를 가지고 있는데, 모든 악장이 단조인 것에서도 그것이 느껴집니다. 굵직하고 화려한 첼로 소리의 장점을 충분히 잘 살린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정적이며 너무나도 열정적인 곡입니다. 첼로는 고음역으로 올라가지 않고, 항상 피아노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어서 중후하고 입체적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각 각의 악장은 대위법을 각 부분에서 아주 기묘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중후하면서도 입체적인 곡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만 첼로라는 악기는 아날로그 녹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라는 생각입니다. 각 악기 연주를 들어보면 맑고 깨끗하게 나오는 소리도 있는 반면 손가락으로 현을 잡는 소리, 미끄러지는 소리, 현의 소리 주위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음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듣지 못하는 음역대를 과감히 잘라낸 디지털 음원보다 사람이 못 듣는 소리까지 녹음된 아날로그의 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레코드로 이 소나타와 첼로 협주곡 1번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스산한 바람이 옷깃에 스치는 늦가을, 브람스의 첼로 선율이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그러나 브람스의 불타는 열정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픈 이들에게 마음의 치유를 주는 만병통치약이기도 합니다. 브람스의 첼로와 함께 이 가을도 멀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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