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거나 빚지거나
빛나거나 빚지거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1.07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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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빛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빛나는 삶은 없다.

그러나 빛나고 싶어도 빛을 발하기가 쉽지 않다.

빛은 고사하고 빚만 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요즘 빚진 청춘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청년층(만 19세~31세) 1700명의 금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16%는 빚을 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청년의 20.1%는 금융권 등에서 빌린 대출금이 평균 1303만원으로 대학생(593만원)의 2배 이상이었다.

대학생의 대출 용도는 절반 이상인 53.2%가 학자금으로 사용했다. 이외에도 생활비(20.5%), 주거비(15.8%) 목적으로 고금리 금융기관을 경험했던 비중이 13.0%를 차지했다.

청년 평균 수입은 157만원, 평균 지출은 89만원이었으나 생활비, 취업준비자금으로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체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60%를 넘었다. 대학생 역시 수입 평균은 50만원인 반면 지출은 102만원(등록금 포함)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

금융위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연내 청년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으로는 청년·대학생 햇살론의 현재 공급한도(2500억원)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출연 등의 방법으로 내년에 600억원 확대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그런데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도 청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인맥, 학력, 스펙, 부모의 배경을 배제하고 기업들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도록 정부가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토록 권고해도 청춘들이 비집고 들어갈 기업은 많지 않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잠잘 시간도 부족한 데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연수에 나서는 친구들과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취업준비생으로 남을지, 대학원을 진학해 시간을 벌지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빛날 줄 알았던 캠퍼스 생활이 빚만 안고 떠나게 되는 그들의 심적 부담을 해소할 방안은 없을까.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일 청문회가 예정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중학생 딸이 어머니 즉 홍 후보자의 부인에게 2억2000만 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홍 후보자가 가족 간이라도 돈 관계만큼은 확실히 하도록 경제관념이 철저한 자녀로 교육시켰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빚지고 사는 청춘들에게 홍 후보자의 딸은 또 하나의 금수저다. 중학생 나이에 억 단위의 재산을 보유하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최저 시급 6470원을 벌기 위해 오늘도 생활전선에서 동동거리는 청춘들에게 볕 들 날은 까마득하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고문이 오히려 그들을 더 좌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3만6404명에 이른다. 몇천 만원의 빚을 진 채 살아가야 하는 청춘들도 상당수다. 이들이 한국을 등 돌리지 않도록 붙잡을 명분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배우고 싶어 학자금 대출을 했는데, 빌린 돈 때문에 빚을 지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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