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월급 주려 대리운전 뛴 사장님
알바생 월급 주려 대리운전 뛴 사장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1.06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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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삼분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불공정 거래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2014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3년여 동안 365플러스라는 편의점 프랜차이즈를 출점하면서 예상 매출액을 과다하게 부풀려 206명의 가맹 희망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자사의 이익을 취했다는 게 공정거래위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홈플러스는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계약 시 예상 매출액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산정해 가맹점주들을 속이고, 법에 규정된 예상 매출액의 최저 최고액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가맹점주들은 그 바람에 큰 손해를 봐야 했다. `월 5000만원의 매출, 순이익 최소 500만원 보장' 등 프랜차이즈 본사가 추정한 `예상 매출액 산정서'를 믿고 거액을 투자해 편의점을 차린 가맹점주들은 불과 1~2년만에 투자 원금을 까먹고 점포 문을 닫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실제 한 가맹점주의 경우 홈플러스가 애초 매출 산정서 작성 때 일 최저 매출 150만원을 보장했으나 개점 후 실 매출액은 일 70만원으로 그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 업주는 “홈플러스 본사에서 수익금을 가져가면 내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의 월급도 주지 못할 처지가 됐다”며 “알바생들의 월급을 주기위해 대리운전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가맹점주들도 사정은 다 비슷했다. 점포 수 늘리기에 혈안이 된 대기업의 그릇된 정보를 믿고 퇴직금이나 빚을 내 편의점을 차린 200여명이 대부분 경영난에 허덕이며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공정위는 이번 홈플러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가장 무거운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기업의 `갑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강조해온 `김상조호' 공정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이번 행태는 대기업의 갑질 횡포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자정 실천안을 발표했다. 빗발치는 여론의 성화에다 새 정부의 강력한 갑질 근절 의지에 협회가 지난 7월부터 석 달여 동안 짜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협회는 이날 `유통 폭리 근절', `가맹점 사업자 권익 보장', `소통 강화', `계약 경신 기간 폐지'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당일 논평을 통해 “새로울 것이 없고,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방안”이라고 깎아내렸다. 무엇보다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 이 실천안에는 회원사들의 동참을 독려하거나 권고한다는 등의 표현이 명기됐을 뿐 실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가맹점주들이 내린 결론은 결국 관련 법의 개정이다.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 말고는 (자정 실천안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현재 국회에는 모두 41건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을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곳은 국회뿐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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