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도량참법기도
자비도량참법기도
  • 법원<청주 능인정사 주지 스님>
  • 승인 2017.11.02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어제 51세의 건강하던 신도가 영가님이 되어 절에 들어오셨습니다. 생업으로 하숙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자주 오지는 못하고 어쩌다 오시면 “보살님 기도 좀 하세요”하면“스님! 지금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좀 더 있다가 한가해지면 많이 할게요” 쑥스러워하며 웃던 보살이었는데 참으로 허망했습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약속된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 지금이 소중하고 이 소중한 시간을 잘 살아야겠습니다.

얼마 전에 상주하고 있는 사찰에서 자비도량참법 3일 낮 3일 밤 72시간 기도 정진을 회향했는데 입재 전에는 신도들이 “너무 힘들어 못해요”“안 해봐서 자신이 없어요. 하루만 해요”“기도할 줄을 몰라요”등등. 안 하겠다는데 초점을 두고 이런저런 구실을 찾아 합리화를 시키려 했습니다. 기도는 오직 마음을 다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열심히 하겠다는 정성만 가지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행하는 릴레이 기도로 각자가 가능한 시간에 들어가 그 시간은 자신이 법당의 주인이 되어 고성을 지르던지, 춤을 추던지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하라고 했더니 자신 없다던 신도들은 온몸으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지은 죄가 많은 줄 몰랐다며 참회 기도를 하였고, 무릎이 아픈 신도는 벋정다리로 2시간씩 벌을 쓰듯 기도 했지만“벌 받고 나니 너무 좋아요 속이 다 후련해요”라며 만족해했습니다.

자비도량참법은 중국의 양무제가 치 황후를 제도하기 위해 스님들께 지시해 만든 참회기도입니다.

양무제는 치 황후가 죽은 후 매일 슬픔에 잠겨 지내는 어느 날 잠을 자려는데 큰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나타나서는 자신이 죽은 치 황후라고 하며 살아생전 질투하고 성품이 온화하지 않고 사람을 해하여서 구렁이가 됐으니 공덕을 지어 자신을 제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무제는 스님들을 궁궐에 모아 놓고 좋은 계책을 물었습니다. 지공 스님이 “모름지기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참법을 정성스럽게 행해야합니다”하여 여러 불경을 열람해 명호를 기록하고 생각을 펴서 참회문을 지어 열심히 독송하도록 했습니다.

어느 날 궁전에 향기가 진동하면서 점점 주위가 아름다워지며 용모가 단정한 천인이 나타나 “저는 구렁이의 후신이옵니다. 폐하의 공덕을 입어 이미 도리천에 왕생했사오며 이제 본신을 나타내어 영험을 보이나이다”하며 사례를 하고는 사라졌습니다. 이로부터 자비도량참법기도가 널리 행해졌는데, 불교에서는 번뇌, 악업, 원한을 참회하는 방법으로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권합니다.

흔히 정초에 많이 봉행하는데 일 년의 태평과 소원을 위해 먼저 지은 죄를 소멸하는 의미인데 쉽게 말해서 새로운 길을 닦으려면 기존의 땅을 고루 정리하고 돌을 치우는 등의 작업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땅이 정리되지 않으면 아스팔트를 깔 수가 없지요.

한 해 동안 마음속에 있던 자 잘못을 참회하고 자자해서 다시는 짓지 않겠다고 서원하는 기도가 참법기도입니다. 아울러 자비도량참법은 나의 잘못만 참회하는 것이 아니고 남의 잘못을 내 허물로 삼아 참회하고, 모든 중생의 죄와 업장을 참회하는 기도입니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순간순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가을 물이 짙게 들어가는 산하대지가 아름답다 못해 경외롭습니다. 사람도 나이를 먹을수록 더 아름답고 향기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사생육도 그지없는 모든 중생이 다겁생에 지어온 죄업을 남김없이 모두 다 소멸하기 위해 제가 이제 참회하고 절하옵나니 원컨대 모든 업장 사라져 세세생생 날 적마다 보살도를 행하게 되길 발원하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