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0.31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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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세상을 살다 보면 알고도 모른 척하고 보고도 눈감아야 할 때가 있다. 겉으로는 상생과 공생을 들먹이며 서로 잘 살려는 방편이라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불편한 진실 앞에서 사람들은 덮거나 감추거나 변명을 한다. 그런데 정작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보면 누구를 위한 상생인지, 공생인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억대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대학교수 연봉이 격차가 심해 연봉 100만원 미만 교수가 있다는 유은혜 국회의원의 국감 자료가 그렇다.

유 의원이 교육부가 매년 조사하고 있는 대학교 교원의 연봉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 227개교 교수의 절반은 연봉 평균액이 1억원~1억500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국공립대학이나 사립대학 모두 비슷했다. 문제는 교원들의 연봉을 대학별로 최고, 최저액 기준으로 보면 어떤 교수는 14억4443만원의 연봉을 받는 반면 또 다른 교수는 연봉이 8만5000원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데이터 오류를 감안해도 40만원, 59만원 연봉을 받는 교수도 있다 보니 데이터를 탓할 일은 아닌듯싶다. 유 의원은 교원 연봉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교원 연봉을 조사하지만 교육통계로 공개하지는 않는데 자료가 민감하고 개인 급여정보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조사 후 추가 검증작업을 하지 않아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며 “그러나 매년 동일 기준으로 수년간 조사하고 있는 조사라는 점에서 통계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직책은 교수인데 실제로는 시간강사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교수들이 수두룩하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나왔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각종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원확보율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으면서 대학들이 교원 확보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었다.

모 대학 교수는 “교수총회를 가보면 비정년 트랙 교수가 절반이 넘을 정도”라며 “낯익은 얼굴보다 낯선 얼굴이 더 많아져 총회 나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을 정도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추진한 목적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도 있었지만 부실대학을 가려내 대학의 질적 향상을 꾀하겠다는 것인데 1주기 평가를 끝내고 난 후 나온 결과는 어떠한가. 8년째 묶인 등록금 동결로 돈 나올 구멍은 없는 데 무더기로 채용한 교원들의 인건비를 걱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맞춰 평가지표에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 대학에 가산점을 주기도 하고, 전면 추진된 자유 학기제 참여 여부도 평가에 반영하는 등 매년 지표 반영률을 변경해 대학들이 어느 장단에 춤출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대학가에서는 많은 교원을 채용해 대학의 질적 향상은커녕 교수사회가 분열되고 인건비로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참는다. 교육부도 교원확보율이 높아졌지만 교육의 질이 나아졌을 것이라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 앞에 우리는 왜 눈을 감을까? 대학 사회에 들이대는 각종 평가가 과연 대학을 위한 것인지, 정부를 위한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데 누구 하나 거부하지 않는다. 불편하지만 거부할 때 받아야 할 불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 충북지역 대학들이 내년 상반기 예정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준비하면서도 그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취업률을 높이라고 해서 교직원들이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 학생 취업률을 올려놓았더니 그 이듬해에는 교원확보율 지표를 조정해 교수 채용에 정신을 빼놓게 하는 등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이게 다 대학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아닌 줄 알면서 평가를 준비하는 대학들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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