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집단반발 자연장지 조성 철회돼야
주민 집단반발 자연장지 조성 철회돼야
  • 백승복<청주시 남일면 고은리 주민>
  • 승인 2017.10.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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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백승복

청주시 남일면 고은리 주택단지 바로 옆에 묘지의 한 형태인 `자연장지'조성이 추진되면서 이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형적인 도시주변 거주지역인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바로 뒤 임야 2000㎡에 수 백기의 유골을 묻을 수 있는 규모로 묘지를 만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은 모씨 종중에서 법에 저촉되는 묘지를 개별적으로 동네 인근에 조성해 왔지만, 가족 잃은 슬픔을 고려해 묘지조성을 반대하지 않았고 동네 한복판으로 장례 관련 차량이 드나들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모씨 종중이 대단위 자연장지를 통한 공동묘지를 조성하려 하자 집단민원을 제기하며 민형사상 소송을 비롯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문제의 자연장지는 누가 봐도 묘지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장의 차량과 상복 입은 사람들이 마을을 수시로 드나들 것이다. 집 옆에 수백여 개의 묘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마을 중앙을 지나는 도로가 협소한 상황에서 명절이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지가 하락, 교통난 등으로 재산권의 막대한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시가 아무런 대책 없이 자연장지 조성을 허락한 것은 문제가 있다.

자연장지는 화장한 유골을 수목이나 잔디 밑에 묻어 장사하는 묘지로 최대 2000㎡까지 별다른 규제 없이 신고제로 조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이를 심사숙고하지 않고 너무도 쉽게 처리한 관련 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법이 부실해 시민들이 피해를 볼 상황이라면 공무원들이 함께 걱정해줘야 마땅한데도 `손해 봐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시의 올바른 행정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주민들이 반대해 온 자연장지 조성허가를 불허한 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자연장지 조성 사업자 A씨는 2003년 제천에 자연장지를 조성하려고 도에 재단법인 설립 신청을 했다. 하지만 도는 지가 하락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해 법인 신청을 불허했다. 이어 A씨는 2014년 강원도의 한 종교단체를 사업주체로 내세워 자연장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제천시 또한 도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 집단민원과 반발을 우려해 신청서를 반려한 것이다.

장사법의 자연장지 설치규정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종교단체나 법인이 운영하는 자연장지는 허가제이지만, 종중이나 가족은 신고제로 진행되고, 일반묘지는 주택과의 거리제한이 있지만 종중 자연장지는 거리제한이 없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막대한 재산 손실, 학생 교육권 침해 등으로 커다란 피해가 예상되는 주택단지 인근에 자연장지란 핑계로 조성될 공동묘지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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