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장의 추락
부산지검장의 추락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0.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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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검찰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직 지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의해 29일 소환돼 15시간 동안 1박2일 마라톤 조사를 받은 장호중 부산지검장.(그는 30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발령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듬해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혐의를 보면 꽤 충격적이다. 검찰 출신으로 국정원의 `빅 5' 요직 중 하나인 감찰실장이란 자리를 꿰찬 그는 `명민하게' 국정원을 보호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위장 사무실과 가짜 서류를 만들어 내보여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수사 대상이었던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요령을 전수했다.

당시 그와 함께 국정원에서 파견 근무를 했던 변모, 이모 등 현직 검사 등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역시 검찰의 댓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국정원 현안 TF팀에 합류해 검찰 수사에 혼선을 빚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는 참담한 분위기다. 현직 검사장의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데다 당시 검사 신분으로 파견을 나갔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자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을 당혹하게 하고 있는 것은 그가 받는 혐의점들이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국정원이 2013년 처음 외부에 개방한 요직 중 요직인 `감찰실장'에 발탁됐다. 국정원 역사상 처음으로 비국정원 출신이 국정원 자체 감사기구의 책임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전직'은 그의 인생에서 패착이 됐다.

감사기구의 장으로서 국정원 내부의 위법, 비위 사실을 밝혀내고 조사·처리해야 할 본연의 직무집행은커녕 되레 국정원의 불법 부당한 `범죄행위'를 은폐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31회 사시 출신인 그는 1995년 검찰 입문 후 이른바 `엘리트'의 길만 걸었다. 안동지청장을 거쳐, 대검 정책기획과장, 강릉지청장,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이어 국정원에서의 화려한 `외도' 후 또다시 검찰에 복귀해 전주지검장을 거쳐 지난 8월 국내 지검 서열 2위인 부산지검장 자리에 올랐다. 검찰총장 자리까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위치다.

그러나 권력의 달콤한 유혹과 `강권'을 이겨내지 못한(?) 그는 졸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쩌면 사상 초유의 현직 지검장 구속이라는 기록까지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추락을 지켜보는 검찰 가족들의 시선은 착잡하다. `차라리 (국정원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하면서 그의 검찰 복귀를 원망하는 이들도 있다.

어제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 전 지검장을 두둔하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에서 시키면 해야지. 안 하려면 `인생 끝났다' 판단하고, 사표 내고 집에 가던지…. 그 자리에 누가 있었더라도 똑같았을 거야.”

문득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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