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미소
까만 미소
  • 김경수<수필가>
  • 승인 2017.10.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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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수

어느 날 갑석은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대문 안에 있는 트럭을 보고 동공이 커졌다. 연탄장수 깡사장이었다. 갑석은 급히 달려가 깡사장에게 대문에서 차를 빼라고 소리를 쳤다. 깡사장은 갑석을 힐끗 쳐다보더니 조금만 기다리라면서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갑석은 자신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 깡사장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갑석은 작업도구를 빼앗아 중단시키고 싶었지만 연탄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감히 깡사장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깡사장은 이런 점을 잘 아는지 양손을 크게 벌려 연탄을 집어든 다음 휘두르는 것처럼 무게를 잡고 갑석의 얼굴을 힐끗힐끗 보면서 연탄을 날랐다.

마치 자신이 하는 일에 상관 말고 눈앞에서 없어지라는 무언의 협박 같았다. 갑석은 분명히 깡사장이 자신을 놀리며 약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갑석은 깡사장에게 앞으로 이 집에 오지 말라는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깡사장은 집주인인 갑석에게 너무 박절하게 그러지 말라면서 자신도 집이 있다고 은근슬쩍 빈정거렸다.

갑석이가 이러는 이유는 대문 밑으로 하수관이 지나가는데 그 언제부터인가 그곳이 허술해져 갔고 땅 꺼짐의 우려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깡사장이 트럭을 대문 안에 들여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갑석은 깡사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정하듯 양해를 구하였다. 깡사장은 알았다고 하면서 번번이 부탁은 좀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갑석은 아줌마에게도 부탁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일을 방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깡사장이 갑석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배려할 뜻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가는 일이었다. 어쩌면 깡사장이 깜빡했다는 시늉만 했더라도 갑석 또한 못 이기는 척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하얀 대문은 그의 검은 장갑으로 얼룩이 져 있었고 급기야는 그 옆의 벽기둥에도 그의 장갑 도장이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갑석은 다시 한번 깡사장에게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깡사장은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씨익 웃더니 오라고 해도 안 올 테니 걱정 말라며 코웃음을 치듯 갑석에게 말을 던진 후 떠났다. 아줌마는 갑석에게 앞으로 어떻게 연탄을 들여 놓느냐면서 서운한 말투로 말을 던졌다.

갑석 또한 이 모든 것은 아줌마가 처음부터 깡사장에게 당부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그들 사이에 갑석은 피해를 감소하기 위해 끼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갑석과 아줌마는 갑과 을의 관계에 있지만 갑석과 깡사장은 왠지 애매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갑석은 갑의 행세를 하면서 을처럼 대하려고 하지만 깡사장은 을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은 조화라고 본다. 상·하의 조화, 좌우의 조화 그 외에 여러 종류의 조화를 보게 된다.

삶의 조화란 합을 이루기 위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서로가 대립의 각을 세우며 물러서지 않으려고 하면서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경우 갑이 늘 우위에 우선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갑과 을이 어떤 입장과 상황이냐에 따라 양상은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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