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도의원들 환영사 비판 신중하지 못했다
충주 도의원들 환영사 비판 신중하지 못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10.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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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주가 지역구인 임순묵 도의원은 지난 24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시종 지사가 “충주시민들을 홀대하고 있다”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전날 이 지시가 제98회 전국대회 환영사에서 충주시민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임 의원은 “각종 아부성 발언만 난무했다”며 “(이 지사의) 각종 치적 홍보와 자화자찬 쇼만 있었다. 신용비어천가로 불릴 만큼 VIP(대통령) 찬양만 주구장창 외쳐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체전 개회식은 정치적 홍보 자리가 아니며 특히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를 가진 인물이 성화를 점화했어야 했다”며 “충주시민에게 희생만을 강요한 이 지사는 당장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학철 도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체전) 개막식 공식행사에서 충주시민의 열성과 배려에 대한 고마움의 단어는 단 한마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개막식 행사가)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 도지사, 장관 일색으로 채워졌다. 체육인들의 축제인지 정치인들의 전당대회인지 정체성을 의심할 정도로 변질돼 버렸다”고도 했다. 충주시민의 서운한 감정을 대신한 얘기이지만, 환영사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임 의원의 발언은 충주지역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민들이 이 지사가 전국체전 환영사에서 개막식을 준비한 조길형 충주시장과 충주시민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2만5000여명의 선수·임원단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18개국에서 온 1000여명의 해외동포 선수들을 초청한 국내 최대 체육대회에서 지역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니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국체전은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펼치는 축제라는 의미로 `중심의 어울림'을 주제로 중원 문화와 최첨단 기술력을 융합해 뮤지컬 배우, 지역 문화예술단체 공연단이 참여하는 `충북의 대서사시'를 펼쳐 성공한 대회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환영사가 논쟁이 됐다는 점에서 체육대회가 정쟁거리가 됐다. 임 의원의 발언 자체보다는 지방선거를 8개월 앞두고 일찌감치 기선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한국당 도의원들의 공세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해석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체육대회가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에선 그런 식의 이전투구가 일상화됐을 뿐 아니라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심해져 가는 것 같다. 도민들의 마음과 달리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뿐 성공적인 대회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성공 체전에 힘을 보태야 할 도의원들이 이러니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다행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이 지사가 폐막식에서 충주시장과 시민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성공한 대회를 만들기 위해 도민의 역량을 모아 사력을 다해야 하는데, `집안 싸움'을 보여준 꼴이 됐으니 안타깝다.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도민의 단합된 지지에서 나온다. 환영사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때를 가려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기돼야 할 것이다. 진영논리에 빠져 비난부터 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이익에 함몰한 정쟁이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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