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왜곡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7.10.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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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 김현기

점입가경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정을 농단했으며 국민의 안보와 안전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던 그들이다. 국민의 타오르던 분노에 쫓겨 정치라는 허울 좋은 무대에서 이미 모조리 물러나야 했을 그들이다. 언론의 눈과 귀를 가리고 권력의 폭압으로 민의를 왜곡시키려던 그들이다.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노동권을 내다 버리고 오로지 종북좌파만을 외치던 그들이다.

놀랍다. 그런 이들의 입에서 언론의 공정이 나오고 국가 안보가 나오고 정의 수호가 나오고 국민의 안위가 나오고 민주적 가치가 나오고 민생이 나오고 헌법 수호라는 말이 나온다. 똑같은 한 입으로 어쩌면 그렇게 다른 말을 할 수 있을까?

한 술 더 뜬다. `공정언론수호'라는 그들에게 너무나 생소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국회의 당연한 책무인 국감을 내다 버리고 우르르 몰려간다. 다양하고도 결연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아예 국감을 보이콧했다.

듣지 못했다.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했다는 말을 이 많은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말을 말이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밥을 많이 먹고 난 후에 먹을거리를 사러 가면 평소보다 적게 구입한다. 반대로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더 많은 것을 구입한다. 다시 말해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는 왜곡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기억하거나 상상할 수 없다. 과거를 기억할 때는 구멍 난 벽에 현재라는 `왜곡'재료를 사용한다. 사실의 소재는 몇 개 없고 대부분 현재가 기반이 된 왜곡이라는 창작 작업을 통해 기억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현재 기반의 창작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를 상상할 때는 어떤가? 미래는 아예 소재조차가 없다. 오로지 `현실 왜곡'만을 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니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는 오로지 현재가 그 중심이 되는 것이다.

기대할 수 없다. 아니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애시 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사람들의 의사결정 방법이 뇌의 규칙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자신의 경험과 현재 상태를 기반으로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 한계와 현재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혹여나 하는 공연한 바람과 희망으로 더 실망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계속 그들이 학습했던 방식대로 할 것이다. 미래를 그들 방식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바꿔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변화할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를 버리고 물러나게 해야만 한다. 아니 쫓아내야만 한다.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가 너무나 길다.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다. 이제야말로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들과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현재를 기반으로 전혀 다른 기분 좋은 왜곡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미래가 그립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적폐의 뿌리는 너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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