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保護)’는 맞고, ‘보존(保存)’은 틀리다
‘보호(保護)’는 맞고, ‘보존(保存)’은 틀리다
  • 윤희봉<청주시 문화예술과 주무관>
  • 승인 2017.10.26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윤희봉

다소 과격한 듯한 제목은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보호협약'을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며 `보존'과 구별되는 `보호'의 개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이다. 이는 무형유산협약이 갖는 세계유산협약, 다양성 협약 등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무형유산 협약은 상호존중과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무형유산기금에 의한 재정 원조를 담당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5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정부 간 기관(국제기구)으로, 특히 문화유산 분야와 관련해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약(1972),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2003),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2005) 등 세 개의 협약을 제정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은 세계유산이 가지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구별되는 이해관계자(기능보유자, 이수자, 마을주민 등)들로 구성된 `공동체가 규정하는 가치'를 지니며 `창의적 변화'를 인정하는 인류 공동의 표현, 기술(공예), 관습과 지식 등을 의미한다. `다양성 협약'상의 문화산업과 개인적인 창작물에서 논의되는 저작권이 모호한 것도 특징이다. 즉 무형유산은 공동체가 세대에서 세대로 계승하는 집단적 행위이며 공동체의 합의하에 창조적 변화를 구축할 수 있다.

무형유산보호 협약을 위한 이행지침은 협약을 보조하는 중요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비준국가는 `무형유산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간의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3요소인 경제·사회·환경적인 균형을 유지하도록 힘쓰고 유관 전문가, 문화 중개인 및 중재자의 협력을 돕는다.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안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포용적인 경제 개발'로 무형유산 보호가 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인정하고 화폐·비화폐적 가치를 지닌 생산 활동을 아우르는 지역경제 강화에 기여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당사국은 적절한 법적,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취해 무형유산의 해당 공동체, 집단 및 개인이 수입을 창출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증진시켜야 하며 생산적인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사회적인 안정을 보장하고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관광에 동원될 수 있는 무형유산의 잠재적 영향을 예측해 관광의 주요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협약은 국내법에 영향을 미쳐 2016년 무형문화재법이 제정·시행됐다. 유네스코의 기준에 맞춰 무형문화재의 범위가 확대됐으며 세대 간 전승 과정에서 변화하는 특성을 고려해 `전형'유지 원칙이 도입됐다.

이는 무형문화재 기능을 보유하고 전승하는 보유자, 전수교육조교, 이수자들의 창의적 변화가 요구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능의 원형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세대를 거쳐 발전하고 변모해온 공동체의 유산이다. 물론 무형유산의 전승과 계승을 위한 `전형 유지'와 `창의적 발전'은 상호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창의성에 대한 부분은 각 공동체의 몫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원형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혹은 조작된 표상에 대한 찬사는 무형유산 보호의 본질을 저해한다.

우리는 공동체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에게만 과도한 의무·부담과 동시에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계승해야 할 전형과 창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정교하게 분리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