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말과 행동
생각과 말과 행동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10.26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물론 생각 외에 감정이란 마음작용도 있지만, 큰 맥락에서 감정 또한 생각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텅 빈 마음에서 생각 및 감정이 일어나고, 그 생각 및 감정에 따라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말과 행동은 생각의 자식이고, 생각은 마음의 자식인 동시에 말과 행동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고등 동물인 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이 반드시 속마음 및 속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속마음은 울면서 겉으로 웃고, 속마음은 싫어하는데 겉으로 좋다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모든 인간이 동물적인 어두운 욕망으로 얼룩진 지독히 이기적이면서도 나약한 존재인 동시에 내면 깊숙이 신성(神性)을 간직하고 있는 만물의 영장이다. 이 같은 까닭에 인간은 여타의 동물들과 달리 얼마든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표리부동(表裏不同)할 수 있는 것이다.

뜨거운 국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고 말하는 경우처럼, 인간의 말과 행동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다양하며 독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따듯한 말과 부드러운 웃음을 짓거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얼마든지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의 권능이자 아킬레스건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품고 있는 저의(底意)를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바른 안목을 갖추어야만 올바른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낭패를 보는 일이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께서는 소인배의 전형인 교연영색(巧言令色) 즉, 교묘한 말과 거짓 웃음을 띠면서 얼굴 표정을 일부러 부드럽게 하는 짓을 특히 경계하셨다. 부드럽고 온화한 것처럼 들리는 말투와 환하게 웃음 짓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 표정으로 짐짓 상대를 배려하는 듯 행동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가식일 뿐, 예절도 그 무엇도 아닌 까닭에 공자님께서는 교언영색을 소인배의 전형으로 못 박으신 것이다. 공자님은 `君子不以言擧人(군자불이언거인) 不以人廢言(불이인폐언)'즉, 군자는 말로써 사람을 천거하지 않고,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말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

말로써 천거하지 않는다는 것은 겉만 뻔지르르한 화려한 말에 속지 않고, 그와 같은 말을 하는 그 사람의 속생각 및 속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말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남루한 옷 등 밖으로 드러난 모습 및 지위 등에 사로잡힌 채, 그 사람이 하는 말의 진정성을 폄하하거나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속생각과 속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 봄으로써, 화려한 말에도 속지 않고, 남루한 겉모습에 흔들려 옳은 말을 놓치지도 않기 위해선 온갖 이해타산으로 치우쳐 있는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창조의 빛으로 넘쳐나는 순수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지공무사한 마음인 순수의식만이 올바르게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