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아닌 그림의 본질에 다가가는 유권자로 …
예술가가 아닌 그림의 본질에 다가가는 유권자로 …
  • 정진아<진천군선관위 지도홍보주임>
  • 승인 2017.10.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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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정진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버핏은 `오늘날 사람들이 그림보다 예술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이 내세우는 정책보다 후보자의 이미지에 더 많은 흥미를 보이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는 현재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있다. 선거는 철저히 다수결의 원칙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다수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견고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선거제도는 미미한 다수 개체의 집합적인 협업이 소수 전문가의 지혜를 넘어서는 합리성을 가져온다는 이른바 `집단지성'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힐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선택이 항상 집단지성의 예술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미지 선거가 개입되는 경우 오히려 선거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선출 이후 당선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관한 가장 정확한 척도가 되는 정책이 실종돼버린 채, 후보자의 외모·언행에만 기반을 둔 선택은 `집단지성의 발휘'라는 선거제도의 존재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게 된다.

그럼,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역시나 그 해답은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이다. 그리고 그 공약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목표, 기간, 재원확보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공약은 이후 다수 시민과 대표자 간의 굳건한 약속이 되고, 당선자가 재임 시절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의무가 된다. 공약은 곧 이후 대표자의 행보를 결정하는 표지판이 돼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후보자에게 더욱 세밀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약을 내놓도록 요구해 그 표지판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다. 4년 만에 지역의 대표자를 선출할 소중한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이제 각 지역의 입후보예정자들이 서서히 본인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지역축제 및 행사장 등을 돌며 유권자들을 찾아나서는 시기이다. 이때 바빠지는 것은 비단 후보자만이어서는 안 된다. 이제 후보자만큼 유권자들의 책임감이 막중해지는 시기이다. 유권자들은 지금부터 후보자들의 생각을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최종 집행자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우리의 실생활과 가장 직결되는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삶과 직결되는 경제, 복지, 교육, 환경 등에서 지방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지방행정의 책임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알에서 막 태어난 새끼거위는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여기는 각인효과가 있다고 한다. 처음 마주하는 이미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각 분야의 삶을 결정할 중요한 책임자를 우리는 이미지에 흔들려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각인효과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결국 유권자 스스로의 노력에 달렸다. 유권자들이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후보자들도 정책으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유권자는 깨어 있어야 한다. 화려한 이미지에 한 눈 팔지 말고 그 사람이 어떤 참신한 정책을 내놓았는지 묻고 분석할 수 있는 유권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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