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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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10.25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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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요즘 한 반려견이 사람을 물었고, 물린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이 뜨겁다.

하필이면 유명 연예인이 키우는 개가 유명 음식점 대표를 문 사건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녹농균이라는 세균의 감염 경로에 대한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반려견(伴侶犬)은 짝이나 동반자를 뜻하는 반려(伴侶)에 개를 뜻하는 견(犬)자를 합친 말이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뜻이 된다. 고양이는 반려묘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애완견(愛玩犬)으로 불렸다. 애완(愛玩)은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뜻이다. 그만큼 개나 고양이가 인간의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 왔으며,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의 신분(?)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더욱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점차 자기중심적이 되고 마음은 사나워진다. 그러니 항상 천성 그대로이며 순수한 동물과 가깝게 지내면서 인간 본연의 성정(性情)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고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인 반려동물의 존재는 갈수록 소중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반려동물을 중시하는 경향만큼 반려동물을 기르는 방식의 성숙함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개에 물리는 사건에 대한 뉴스가 요즘에야 잇따라 보도되고 있지만 평소에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개가 크기와 상관없이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목줄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우리 집 개는 순해서 안 문다'고 강변하면서 목줄을 하라는 충고에 기분 나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심천에서 산책을 하다 보면 목줄 없는 개들이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그런 개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는 주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주인에게는 충견(忠犬)일지 모르지만 낯선 누구에는 살인견(殺人犬)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개도 맹견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개가 주는 정서적인 혜택을 반려동물의 주인만 누리고, 타인은 언제든지 피해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이게 어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있는가.

반려견 사고는 개의 문제가 아니라 개를 키우는 사회의 성숙함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숙함의 부족은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 차별과 편견, 관대함의 부족, `내로남불'의 분위기 등이 팽배해 있는데 개만 잘 키울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 반려견만 300만 마리가 있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만 1000만명이다.

이번 기회에 반려견 사건이 사회의 성숙함을 조금 더 빨리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남의 개와 개 주인을 탓할 게 아니라 나 먼저 예의와 기본을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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