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이 갑갑하다
甲이 갑갑하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0.24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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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선한 끝은 있다고. 열심히 살다 보면 볕 들 날도 오고 꿈도 이룰 수 있으니 세상을 착하게 살라고 강조하셨다.

때로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로 평범한 99%의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세상이다

강원랜드 직원 채용은 일명 `빽들의 전쟁'이었다. 500여명 채용에 1000여 건의 청탁이 밀려들어 왔을 정도라고 하니 돈 많고 힘 있는 자들의 잔치임이 틀림없다.

내부 감사 결과 2012~2013년 사이 강원랜드에 채용된 합격자 518명 중 493명이 낙하산 출신이었다.

부정청탁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취업준비생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가 뒷배 있는 이들에게는 인맥용 자랑거리에 불과한 모양이다.

관피아에 이어 교육부 고위공직자들의 사립대학교에 재취업하는 교피아도 문제다. 감독기관인 교육부와 관리대상인 사립대학교의 관계는 종속관계가 아님에도 마치 직속기관처럼 재취업 선호 직장이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관료 출신 교직원은 총 28명(4년제 15명, 2년제 13명)이었다. 특히 문제는 이들이 재취업한 사립대 3분의 1이 부실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직 교육부 관료들이 재직하는 사립대 24곳 중 2015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E등급을 받은 대학은 총 8곳이다.

겉으로야 경력있고 능력있는 공직자를 사립대학교에서 임명하는 게 뭐가 대수냐고 말할 수 있지만 현실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 관계 즉 교육부 관료는 퇴직 후에도 억단위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신의 직장을 갖게 되고, 사립대학교로선 강도 높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방패막이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충북도가 충북도립대학교 차기 총장을 선정한 결과를 봐도 그렇다. 1순위인 내부 교수가 아닌 2순위인 교육부 출신 국장을 임명한 것이 단지 능력 때문일까 싶다.

한경대는 임태희 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제7대 총장에 임명했고, 건양대는 총장 갑질로 물러난 그 자리에 교육부 출신은 아니지만 15~17대 KBS사장을 역임한 정연주씨를 임명한 것도 진정 학생을 위한 선택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은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하위(D, E) 대학 67곳 중 금강대, 대전대 등 63곳에 지난 4년간 640억원의 각종 연구비를 지원했다. 또한 지난 9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후속 2차년도 이행점검 결과 내년 2월 폐교가 결정된 서남대를 비롯해 2018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대학 25곳에도 지난 2년간 61억원을 지원했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하위대학을 선정해 정부재정지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한국연구재단은 반대로 하위대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행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부의 평가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채용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체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지만 실효성에는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공정, 원칙을 강조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교피아, 관피아, 부정청탁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정부가 할 일은 힘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을 권력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면 된다. 부정청탁을 하거나 사립대학에 얼쩡거리는 교육부 관료들이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게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사실만 깨닫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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