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자리
시간이 머무는 자리
  • 임현택<수필가>
  • 승인 2017.10.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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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임현택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인데도 무거운 구름이 점점 내려앉는다. 모처럼 출조를 따라나섰는데 비가 내릴까봐 조바심이 나지만 달 뜬 마음은 구름보다 높이 올라간다.

부들과 갈대가 우거진 개울 가장자리에 물풀과 마름이 빼곡히 자리 잡은 곳에 포인트를 잡고 부채처럼 낚싯대를 활짝 편다. 넓적하게 펴진 이파리는 숭숭 벌레가 먹어 그물처럼 펼쳐 있고 겨우 공기주머니 잎자루만 탱탱하게 떠 있는 마름. 수심이 얕고 물살이 잔잔한 곳에 빼곡하게 뿌리와 엉켜 수면 아래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보기에 지저분해 보이지만 개울가 고기들은 마름 밑에서 안식처를 잡고 있으니 낚시 포인트로 제격이다.

낚시를 할 때면 사업하는 선배가 떠오른다. 많은 근로자를 두고 경영을 하는 선배인데, 다혈질 성향인 선배는 매 순간 거친 화법으로 직원들에게 상처를 준다. 툭툭 던지는 언행에 근로자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노사 간의 매끄럽지 않은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골이 깊어진 근로자는 아물지 않는 상흔을 끌어안게 된다.

흔히 초보자들은 조황을 파악하지 못해 입질이 오기만 하면 잡아당겨 실패한다. 이처럼 신입사원은 실수가 잦은 법, 그럼에도 급한 성격에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 선배다. 회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 주워야 함에도 그 시간을 기다려 주시 못해 다그치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서로 상처를 입는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채찍을 일삼는 경향, 자신도 고민을 하면서도 변하지 못하는 선배는 조율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책망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이다.

낚시는 타이밍이다. 입질이 시작될 때 서툰 행동은 밑밥만 따 먹은 빈 낚싯대를 잡아당길 수 있다. 입질이 온다고 해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낚시의 최고조 매력 찌의 올림, 찌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쏙 들어가면 올 것이 온 것이다 이때다 싶을 때 타이밍을 잘 맞춰 잡아당겨야만 월척을 하고 낚시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사업 역시 타이밍이다. 유능한 사업가는 경청을 잘하고 성실한 근로자는 간언(諫言) 을 잘한다고 했다. 그러나 냄비에 물 끓는 것 같은 선배의 급한 성격으로 경청은 멀어져간다. 비상구가 없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직원들, 입·퇴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모래 위의 성처럼 불안 불안한 사업은 끝내 곤두박질 치고 사업체를 이전 개업을 하였다.

그러나 타고난 성품이 어딜 갈까. 기다림이 부족한 그 선배. 옛말에 서툰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 했던가. 자기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허물어져 가는 사업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여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낚시는 기다림이다. 비즈니스도 기다림이다. 즈니스도 조급함을 버리고 목적과 계획을 세우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하면서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입질이 뜸하다. 모처럼 출조를 따라나섰는데 비를 몰고 오는 구름이 야속하다. 회유하는 고기를 한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도록 밑밥을 충분히 던졌음에도 오늘 조황은 손맛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나도 별수 없는 소인배다. 괜스레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고 자리 탓을 하기도 하고 연신 낚싯대를 들어 올려 밑밥을 확인한다. 세상 어떠한 일이든지 즐기면서 하는 일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즐기는 마음으로 사업하든, 낚시를 하면 월척을 낚을 수 있을 텐데 안달복달하다 보니 오늘 출조는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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