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지갑 턴 마동석
조폭 지갑 턴 마동석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10.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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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영화계의 시선이 온통 `범죄도시'에 쏠리고 있다. 50억원이라는 소박한 제작비가 말해주듯 이렇다 할 스타급 배우가 없는 빈약한 출연진에다 스토리가 뻔한 액션물. 여기에다 초보 감독, 더구나 개봉 당시 함께 맞붙은 영화들은 `재수 없게도' 추석 연휴를 노리고 스크린을 대거 점령한 `남한산성'과 `킹스맨 : 골든서클' 등 극강의 대작들. 실제 범죄도시는 개봉 직후 연휴 기간에 두 영화에 밀려 스크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며 고전 중이었다.

`본전만 건지면 다행이겠다' 싶었던 이 영화는 놀랍게도 연휴 끝 무렵부터 반전의 길을 걷게 됐다. `리얼하다', `재미있다',`숨돌릴 틈 없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다' 등 입소문이 돌면서 개봉한 지 9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더니 어제 500만명을 돌파하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세는 앞으로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임에도 불구 역대 관객 수 5위인 `추격자(관객수 504만명)'를 가뿐히 넘어서며 4위인 `타짜(568만명)'를 겨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3위인 `아저씨(618만명)'까지 넘볼 기세다.

평단은 영화의 성공 원인을 `리얼리즘'에 충실한 기본기에서 찾고 있다.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나선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사실 그대로 묘사하고,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전개해 관객들을 몰입시켰다는 평가다.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의 열연도 큰 몫을 했다. 중국에서 밀입국한 조폭 두목 역을 맡아 실제 같은 `메소드' 연기를 보여준 장첸 역의 윤계상, 강력반 형사 역을 맡아 초지일관 `직무'에 충실하며 우직하게 스토리를 밀고 나간 마동석. 이들 말고도 장첸 일당인 위성락 역의 진선규, 양태 역의 김성규 등 모든 배우가 감독의 의도에 들어맞는 완벽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004년이 배경인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몇몇 장면이 있다. 주인공인 강력반장 마석도(마동석 분)가 황 사장(조재윤 분) 주머니의 지갑 속 돈을 꺼내 부하들에게 용돈을 나눠주는 모습이다. 마석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며칠 후엔 조선족 조폭을 `등쳐' 길거리 식당에서 직원들의 회식거리를 싸서 간다.

젊은 관객들에겐 생경하기만 할 이 모습들은 예전엔 흔했다. 쥐꼬리만한 수사비로 견디지 못했던 일선 강력반 형사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역 유지들에게 용돈을 얻어쓰거나 `최악'의 경우 영화처럼 돈 좀 버는 건달에게 손을 벌리기도 했다.

걱정되는 것은 여전히 지금도 형사들이 `수사비 타령'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간 잠복, 장기 출장, 검거 과정에서의 신체적 위협 등 악조건 속에서 근무하면서도 수사비는 여전히 쥐꼬리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카드로 1인당 (급지별로) 월 10여만원 정도를 쓸 수 있는데 외근 중 식사 비용도 채 감당이 안 되는 액수다.

`승진은 어렵고 업무 강도가 센 부서'로 인식되면서 오래전부터 1순위 근무 기피부서로 찍힌 형사과. 수사비까지 제 돈 쓰라면 누가 힘을 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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