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해결에 20년 바친 `살아있는 전설'
사건 해결에 20년 바친 `살아있는 전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10.19 20:1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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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제72주년 경찰의 날

충북 과학수사분야 산증인 이성기 경위

복대동 `처제 살인사건' 등 수사 사건 1만여건

“전문화된 과학수사 꼭 필요… 자격증 취득 노력”

정부, 내일 수사 발전 공로 `옥조근정훈장' 수여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참혹한 사건현장.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진 곳에서 실체적 진실을 추구한다. 사건 해결에 필요한 열쇠를 찾기 위해 티끌하나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이런 정신을 가슴속 깊이 새긴 채 평생을 살아온 이가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이성기 경위(사진). 이 경위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는 사건 해결에 필요한 증거를 찾는데 20년이 넘는 세월을 바쳤다.

그는 무엇보다 현장을 중요시한다. 사건이 발생한 곳에 숨겨진 작은 단서가 진실을 파헤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믿어서다.

“과학수사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비추는 현미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사건 현장에 감춰진 단서를 찾는 도구인 셈이죠.”

1만여건. 이 경위가 과학수사 분야에 뛰어든 이후 겪은 사건·사고를 헤아린 수다. 아직도 뇌리에는 수많은 현장이 또렷이 박혀있다.

1995년. 이 경위는 아직도 이때를 잊지 못한다. 자칫 난항에 빠질 수 있었던 살인사건을 과학수사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그 해 청주 복대동에서 `처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처제를 살해한 비정한 형부는 곧바로 경찰에게 붙잡혔지만, 문제가 생겼다.

처음과 달리 피의자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기 시작했다. 검찰 공소 유지에도 제동이 걸렸다.

바로 이때부터 이 경위가 소속된 과학수사팀의 활약이 시작됐다. 이들은 범행을 입증할 단서를 찾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 `범행 당일 새벽 피의자 집에서 물소리가 났다'는 제보를 듣게 됐다.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피의자 집 욕실에서 감식을 벌여 한편에 놓인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곧 혐의 입증 수사 자료로 쓰였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DNA가 증거로 채택된 사례였다. 결국 피의자는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이 흘렀어요. 전문화된 과학수사가 꼭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결정적 계기였죠.”

이 경위는 이때부터 손에서 `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전문성을 더 키워보겠다는 의지다. 그가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에서 과학수사학을 전공하고, 관련 자격 취득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과학수사 겸임교수로 활동, 예비 경찰관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과학수사 분야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경위를 위로하기 위함일까. 정부는 21일 제72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 경위는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과학수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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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 2019-09-19 09:17:56
이런 분께서 아직 경위 밖에 못다시다니... 치안감으로 바로 승진시켜주세요.

소나기 2019-09-18 22:34:45
와... 이때 못잡으셨으면 큰일날뻔... 이사람이 화성연쇄살인범이라니... ㄷㄷㄷ

아아 2019-09-18 22:10:39
와.. 범인 이때 못잡았으면 또 다른 사람들 해치고 다녔을 텐데...
참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조인숙 2019-09-18 22:03:40
이런 기사가 있었네요~
정말 진심 멋지세요 경위님이 화성 연쇄살인마를 검거하셨네요

ㅇㅇ 2019-09-18 21:57:47
진짜 대단한 일을 하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