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간 때문이야~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7.10.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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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

2010년쯤인가 방송을 보다가 앞으로 10년 안에 노는 날이 연속으로 가장 긴 때가 언제인지를 묻고 바로 2017년 추석연휴를 전후하여 최장 열흘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한 기자가 기대와 기쁨에 찬 말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아이고 그때가 오기는 할까?'하며 먼 미래 이야기로 지나가 버렸는데 그때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 기간 국내 주요 관광지점의 추석연휴 5일간 입장객 수는 306만명, 열흘간의 최장 연휴 중 외국여행을 다녀온 관광객이 무려 102만명 이르고 당시 외국에서 쓴 돈이 3조를 넘는다고 합니다. 참 다들 바삐도 움직입니다.

휴가철이 되어 집안에 있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다들 밖으로 나옵니다.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도로는 꽉 막히고 어느 하나 안식을 위한 시간이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다툼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휴식이란 단어보다는 전쟁이란 말이 어울릴 듯합니다.

휴식(休息)의 본래 뜻을 보면 앞글자 쉴 휴(休)자는 사람이 나무에 편안히 기대어 있는 모습입니다. 쉴 식(息)자는 코를 의미하는 자(自)와 가슴(마음)을 뜻하는 심(心)자의 합자로 코와 가슴 사이를 드나든다는 것으로 즉 숨은 쉼을 뜻하고 그것이 곧 쉰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숨만 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휴식(休息)의 한자말을 풀이하면 사람이 편안히 나무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본래 휴식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일의 연장처럼 바삐 움직이고 피로를 풀고 몸을 편안히 하는 것이 아니라 만성 피로에 쌓여 고단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열흘간의 최장 휴식을 지냈으면 이제 직장과 사회로 돌아와서 기운찬 몸과 마음으로 업무와 생활에 임해야 함에도 다들 지쳐 노곤함에 또 다른 휴식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여러 가지 것들에 치여 있는지, 어딘가로 쫓기며,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지'휴식의 시간마저도 쉼을 즐길 수 없는 사회임을 엿보게 됩니다. 이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휴식의 본뜻대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숨만 쉬는 쉼을 일상에서 살아보고자 지난봄 서울에서는 한강 멍 때리기 대회라는 것이 개최되었습니다.

작년 우승자로 가수 크러쉬가 수상해서 잠깐 이슈가 된 대회입니다. 이 대회의 규칙은 단 하나로 9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멍 때리는 것입니다. 심박체크 기계가 그의 상태를 알려주고 관객투표가 더해져서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이렇게 강제로라도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숨만 쉬고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이렛날은 안식일로서 거룩한 모임을 여는 안식의 날이니,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레위 23,3)라는 성경의 말씀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너무 많은 일로 마음과 몸이 피로한 우리에게 참된 휴식으로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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