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
이탈한 자가 문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10.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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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김 중 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 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지만 돌아보면 그 자리입니다. 발밑의 개미처럼 어쩌면 우리도 그렇게 동동거리고 사는 것일 겁니다. 존재의 미약함을 안다는 것은 삶의 무게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로움'일지도 모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요청으로 어렵게 보이저 2호가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어 보낸 지구의 모습은 수많은 별 중의 하나인 `창백한 푸른 점'이었습니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스스로의 무게를 버리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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