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합창곡을 즐기려면 청중이 적은 날 콘서트홀에 가자
헨델의 합창곡을 즐기려면 청중이 적은 날 콘서트홀에 가자
  • 김태선 교감<충북과학고>
  • 승인 2017.10.18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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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김태선 교감

얼마 전 과학고 학생들의 해외 이공계 대학 탐방을 위해 51명의 학생을 인솔하고 미국 동부지역을 다녀왔다. MIT, 하버드, 프린스턴 등 유명한 대학에서 우리나라 출신 연구자들의 특강을 들으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꾸는데 도움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기쁨을 누렸다.

과학전공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내내 마음속에 가진 생각 중 하나는 편중된 경험과 학습 탓에 학생들의 고른 품성 함양에 어려움이 있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점이었다. 이번 해외 이공계 탐방 기간 중 뉴욕에서 뮤지컬`라이언 킹'관람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소양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뉴욕 브로드웨이 수준이 높고 금액이 비싸서 뮤지컬 극장 2층 맨 뒷자리를 구매했지만 관객에게 전달되는 음향이나 반사 음향이 무대의 소리는 잘 전달되고, 하우스 내부의 잡음은 낮추도록 돼 있어 학생들 모두 뮤지컬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중세의 대성당은 대부분 돌로 지어졌는데 돌은 음파를 흡수할 기공이 거의 없는 재료이기 때문에 음 하나가 10초 후까지도 반향이 유지되는 공간이었다. 따라서 빠른 음악을 연주하게 되면 여러 음이 겹치면서 뭉개지기 때문에 이 당시의 음악은 교회 건물을 고려해 작곡되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결혼식이 열렸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당일 느린 음악을 연주한 것은 석조건물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다.

이후 거대한 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벨벳 천을 사용한 좌석이나 소리의 흡수가 큰 목재로 화려한 장식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훨씬 빠른 음악이 연주되어도 무리가 없어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들은 이런 점을 살린 빠르고 아름다운 곡들을 쓸 수 있었다. 한때는 귀부인들의 삼단 프릴 원피스가 유행해 음악 소리가 수많은 귀부인의 드레스에 흡수되는 바람에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음악 관계자들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전해진다.

소리의 잔향 시간이 너무 길면 여운은 길게 남겠지만 다채로운 연주가 어렵고 너무 짧으면 소리가 명확한 느낌은 주지만 마르게 느껴진다. 콘서트 홀의 잔향 시간은 홀 내부 구조 및 장식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당일 입장하는 청중이 얼마나 많은가 도 영향을 준다. 음향 연구에 따르면 청중이 가득하면 소리가 흡수되는 양의 55%는 청중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러니 잔향 시간이 긴 헨델의 합창곡 같은 경우는 청중이 적을수록 여운이 길게 남아 내게 도달할 수 있겠지.

`라이언 킹' 뮤지컬 극장은 매일 청중이 가득 차고 뮤지컬에서 발생하는 소리 역시 주어진 극장에서 롱런으로 공연되기 때문에 2층 맨 뒷좌석까지 무리 없이 깨끗한 음이 전달되도록 구성이 가능하다. 콘서트 홀을 넘어 호프집이나 레스토랑 중 유달리 다른 곳보다 시끄러운 곳은 맨바닥에 넓게 트인 공간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소리를 흡수하는 타일, 두꺼운 카펫, 천이 두꺼운 테이블보를 깔면 훨씬 조용하고 부드러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소음에 대해 민감한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니 어느 정도의 소리가 남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이용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가 다분히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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