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롤모델이 없다
교육계, 롤모델이 없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0.17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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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학창시절 조병화 시인의 시를 읊어주던 국어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교사를 꿈꾼 적이 있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를 들려주던 선생님 때문에 파리 여행을 계획한 적도 있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꿈이 없는 학생에게 희망을 주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울타리가 돼 주기도 한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국회의원들의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와 관련된 비위·범죄행위 내용이다.

자료 제목도 `교사들의 줄 잇는 성범죄, 학교가 위험하다'`문제 유출·성적 조작 교원 징계'`교육계 비상, 초등학교 교사가 마약을'등 자극적이다.

박성중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감 자료를 보면 올해 마약 범죄로 경찰에 입건된 공무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육공무원이었다. 2017년 8월 기준 마약 범죄 건수는 10건. 이 중 7건이 교육공무원이었다. 교육공무원 중 교육부가 2명, 초등학교 교사가 충북을 포함해 5명이었다. 원아웃 퇴출제와 같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교사들의 끊이지 않는 성범죄도 문제다. 최근 2년간 성매매 비위교원 및 학생대상 성범죄 교원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2년간 성매매를 한 교원은 25명에 달했다. 또한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113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 교육현장의 성범죄 실태가 심각했다.

대전의 모 중학교 교사는 타이 국적 마사지 관리사를 대상으로 현금을 주고 성매매를 했지만 감봉 2개월 처분에 그쳤다. 세종의 모 중학교 교사는 성인여성과의 성매매가 적발됐지만 견책 처분을 받아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친다.

적발된 성매매 교원이 받은 행정처분(징계현황)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교사 1명만 파면 징계를 받았고, 나머지 교사들은 정직 처분을 받아 여전히 교단에 서고 있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교사들이 교단에 서는 게 교육계가 처한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퇴직 교원 훈·포장 전수식에서 대상자가 많지 않아 걱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전에는 주요 비위 여부를 떠나 징계·불문경고 처분이 사면됐거나 불문경고 기록이 말소된 경우 징계·불문경고 처분 횟수가 3회 이상이 아니었다면 포상 추천 대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턴 재직 중 한 번이라도 징계를 받았다면 포상 추천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 직속기관장을 지냈고, 교장으로 교단을 떠나는 일부 교원이 훈포장 전수식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92세인 국내 최고령 여의사인 한원주 과장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감동을 전했다.

입원실 한 칸을 개조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환자들과 동고동락하는 한원주 과장은 녹내장으로 한쪽 시력을 잃은 탓에 오른손이 심하게 떨리는 상황에서도 컴퓨터로 환자 차트를 입력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약 처방을 내리고, 부족한 의학지식을 위해 세미나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월급 300만원을 여러 단체에 기부하다 보면 적자가 날 때도 많지만 한 과장의 소망은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대의(大醫)로서 남은 삶이 허락하는 날까지 환자들의 옆을 지키는 것이다.

교사들이 한 과장처럼 대의를 꿈꾸지는 못해도 학생들에게 본분인 가르침이라도 제대로 줄 수 있는 소사(小師)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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