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목걸이
신부님의 목걸이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7.10.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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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항상 밝게 웃어주던 그녀의 어설픈 미소와 어두운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전 같으면 머리를 만지는 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던 그녀가 말없이 손만 열심히 움직였다. 거울에 비치는 그녀의 표정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전날 아들이 입대했노라고 말을 꺼냈다.

20여 년 전 강원도 홍천의 훈련소를 찾아가던 나의 마음이 그녀의 마음이었다. 둘째의 입영통지서를 받던 날부터 나는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은 나를 위로하느라 `다 가는 군대인데 뭘 걱정하시느냐'고 했지만 나는 입대하는 날까지 아들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밥맛도 잃었다. 의지가 강하고 씩씩한 아들도 정작 입대하는 날엔 표정이 어두웠고 근심에 싸인 듯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였다. 아들은 엄마의 눈물을 차마 못 보겠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훈련소를 향해 뛰어갔다. 아들을 보내고 나는 집에 돌아올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들이 훈련을 받는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보냈다. 드디어 면회 날, 감기로 입원까지 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집에 연락하지 않았던 참을성 있는 아들을 보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은 어미의 애타는 마음을 모를 것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불미스러운 군사고가 날 때마다 가슴 졸이고, 요즘처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릴 때면 금방 전쟁이라도 날까 노심초사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으리라.

한창 의욕이 샘솟고 혈기 왕성한 시기에 20여 개월은 나라를 위해서 고된 훈련을 받는 젊은이들에게 전혀 쉽지 않은 시간이다. 나는 아들 둘을 군대에 보냈던 어머니로서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군대가산점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천주교에서는 10월 셋째 주일을 군인 주일로 정하고 군인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도 군종신부님이 집전하시며 군인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새기고 헌금도 한다. 이번 미사에는 홍천 군부대에 근무하시는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셨다. 신부님은 군인들의 수고와 어려움을 전해주시고 신부님이 늘 목에 걸고 다니신다는 두 개의 목걸이를 보여주셨다. 신부님은 군대를 두 번 다녀오신 분이다. 군번줄엔 개인의 군번과 이름, 혈액형, 부대기호를 표시한 인식 기호로 전시, 평시에 상관없이 항상 목걸이로 목에 걸치도록 되어 있단다. 군번줄에 달린 금속 `군번표'가 두 짝인 이유는 만약 전시 상황이 되어서 해당 군인이 전사(戰死)하게 된다면, 동료들은 군번줄을 떼어 하나는 남겨두어 시신을 수습할 때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고, 나머지 군번 표는 전우들이 떼어 그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란다. 신부님의 목걸이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행여 아들의 죽음을 알리는 목걸이를 접했을 부모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다시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저었다.

두 개의 목걸이를 자랑스럽게 걸고 다니시며 군인들에게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주시느라 수고하시는 신부님에게 감사드리고 영육 간 건강하시길 간절히 기도했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군종후원회에 가입하여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국군장병들의 헌신과 애국정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힘겨움에 작은 위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동병상련으로 그녀를 위로하며 어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라고 권유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해주겠노라고 약속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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