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공원
쓸쓸한 공원
  • 임도순<수필가>
  • 승인 2017.10.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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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가끔 청주에 가면 둘러보는 공원이 있다. 아름드리나무는 하늘을 향해 손짓하고 그 아래로는 그늘에서 잘 자라는 맥문동이 자리를 지킨다.

흐르는 세월 따라 변화에 적응하며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다.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하고 고풍스러운 정자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 준다. 곱게 단장하고 찾아오는 손님을 환영하지만 분위기는 쓸쓸하다.

많은 사람이 공원을 이용한다. 곳곳에 있는 벤치에는 삼삼오오 짝을 이루거나 홀로 있으면서 하릴없이 지내는 모습이다. 그들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하지만 의미도 없이 시간을 낚는 모습에 고독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공원이 쉼터로의 역할이 중요한데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변하여 더욱 안타깝다. 주어진 하루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배분된다. 그 하루를 알뜰살뜰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며 보내는 모습에서 준비가 절실함을 느낀다.

한쪽에 유난히 많은 분들이 앉아있다. 그쪽을 보니 봉사자들이 무료 급식을 위하여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점심시간이 되려면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그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있어 바라보는 마음에 구름이 낀다. 아침은 드시고 공원으로 왔는지도 궁금해지고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보내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도 해본다.

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빈부 차이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현실에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게 한다.

무엇이 그들을 공원에서 쓸쓸하게 보내게 하나. 장수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면서 준비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그들에게 현재의 결과를 어떻게 상상이나 하고 있었을까. 그들의 삶에는 나이가 들어 활동하지 못할 즈음이면 자식이 당연히 돌보아 줄줄 알았는데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앞 세대에서 암시도 없이 나타난 현실이 그들에게는 가혹하기 짝이 없다. 어려운 시기는 다 겪어온 세대인데 인생의 마무리가 잘되지 않지만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지도 못한다.

어르신 활동에 도움을 주는 계획은 많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기회를 제공한다. 의지만 있으면 혜택을 볼 곳은 많지만 이용하는데 서툰 것 같다.

각종 홍보매체를 통하여 참여를 유도하겠지만 공원에 계신 분들이 아는지 의심스럽다. 그분들이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도록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알찬 생활로의 안내가 필요하다. 복지 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보인다. 그들이 공원에서 엮어가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공원에서 나타나는 쓸쓸한 분위기를 바꿀 방법은 없나. 공원에서 세월을 낚는 그분들의 심정이 궁금하다.

행복지수는 어떻게 나타날까.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기다림으로 승부를 거는 강태공과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날들이 활기차게 엮어가도록 꾸몄으면 좋겠다.

노인 복지 사업의 일부를 공원에서 쓸쓸하게 보내는 분들을 위해서 활용하면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손길이 닿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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