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 속에 투영된 사회 총체적 문제
‘어금니아빠’ 속에 투영된 사회 총체적 문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10.15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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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국장)

이른바 `어금니 아빠'사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범인의 행적이 하나 둘 벗겨지면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파문은 충격 그 이상이다.

살인자로 검거되기 이전부터 범죄의 총집합체라고 할 정도로 사악한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였음에도 10년이 넘게 소시민 행세를 해온 그의 다중적인 행태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섭다.

딸 친구 살인 유기를 덜미로 성추행, 성매매알선, 퇴폐업소운영, 아내의 자살, 의붓시아버지의 아내 성폭행, 외제차소유 등등 그와 관련해 믿기 어려울 만큼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는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 하는 말조차 무색하다. 그러나 전과 18범인 그가 어떻게 선행 아빠로 둔갑해 생활할 수 있었는지를 곰곰이 따져보면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뒤섞여 있는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언론의 인물 검증 문제다. 지난 2006년 한 방송사에서 `어금니 아빠의 약속'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그는 올해 2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TV에 소개됐다고 한다. 거대백악종을 앓는 부녀의 딱한 사연이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당연하다. 이런 여세를 몰아 그는 2007년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도 발간하고 인터넷을 통해 딸 후원인을 찾아나선다. 후원이 늘면서 딴마음이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애초에 부실한 인물 검증이 더 큰 불행을 키웠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후 `어금니 아빠'의 행적은 더욱 과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을 이용한 그의 범죄는 인터넷 강국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14세부터 20세 청소년을 모집한다고 글을 실명으로 버젓이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애완견 분양에, 오토바이 판매에, 기초생활수급자라고는 할 수 없는 외제차 운행까지 비정상적인 행적들로 가득하다. 아내에게 성매매까지 강요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지금, 누군가가 조금만 관심을 두고 들여다봤더라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뼈아픈 순간이다.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졸피뎀의 불법유통도 심각하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용이지만 오남용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의약품인데도 SNS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의약 유통에 구멍이 아닐 수 없다.

아내 최모씨의 투신자살도 가정폭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최씨가 8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의붓시아버지를 사법당국에 고소했으나 돌아온 답은 증거 불충분이었다고 한다. 피해자의 고발이 휴짓조각처럼 취급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사회적 자살로 몰아넣었다.

그런가 하면 죽은 중학생의 부모가 실종 신고를 했음에도 부실한 초동수사로 어금니 아빠의 살인을 막지 못했다. 죽은 여학생의 엄마가 범인의 집을 지목해 수사를 요청했지만 이마저 안일하게 처리했고, 애타는 부모가 사다리차를 불러 범인의 집을 살펴봤다고 하니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범인을 중학교 때 가르쳤다는 교사의 증언은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범인이 여학생을 성폭행했음을 학교에서 알고서도 처벌하지 않고 무마했다는 사실은 범죄의 싹을 자르지 못한 교육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허술하다. 그야말로 총제적 부실이 키운 범죄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잘잘못에 대한 철저하고 냉철한 심판이 필요하다. 부실로 인한 범죄가 되풀이된다면 천사 얼굴을 한 소시오패스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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