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라무스(Ignoramus)
이그노라무스(Ignoramus)
  • 최종석 교사<괴산 목도고>
  • 승인 2017.10.1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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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최종석 교사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내년에 사용할 교과서 선정이 한창이다. 여러 교사가 고심해 교과서를 선정하는데 한 교사가 전화로 질문했다. 질문은“원핵생물(Prokaryote)과 진핵생물(Eukaryote)로 나누는데 핵막이 있고 없는 것으로 나눈다. 그런데 핵막이 없는 것은 핵이 없는 것인가? 원핵은 핵막이 없기 때문에 핵이 없다고 표현하여도 좋은가?”였다.

진핵생물 쪽에서 보면 핵막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핵으로서의 기본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은 핵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고 원핵생물의 핵 속에 DNA가 없는 것도 아니며 DNA를 보호하는 단백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핵은 있는데 진핵에서 보면 핵막이 없기 때문에 원시적이라는 것이다. 핵이 원시적이라는 것이 핵이 없다고 표현해도 되는가? 그렇다고 원생생물들이 지구 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세균류나 남조류가 대표적인 원핵생물들이다. 환경조건만 맞으며 급속하게 번식하다가 조건이 맞지 않으면 포자로 오랫동안 존재한다.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핵에 있는 DNA, RNA가 변화한 것이다. 생존전략이다.

과학에서의 분류는 계속하여 변화하고 있다. 분류학자의 의견과 기구들의 변천은 새로운 분류체계를 요구한다. 과거에는 형태에 의한 분류에서 유전자에 의한 분류로 서로 모호하고 잘 모르는 것을 하나의 군으로 묶어 두었던 것을 분리하고 있다.

과학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현대과학은 라틴어 이그노라무스(Ignoramus)에서 왔다고 한다. 의미는 `우리는 모른다.'이다. 모르는 것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학이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세밀하게 관찰하고 정리해 규칙을 찾아내고 자연의 현상을 우리가 알 수 있는 글이나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법칙은 자연현상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것은 학설이다. 생물에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 외에는 모두가 학설이다.

즉 현재까지 많은 학자가 받아들이는 것이지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의 현상을 정확하게 옮겨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의 많은 가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들이 서로 모여서 미래를 예측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정보가 쌓이지 않고 학자들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과학 혁명시대에 살 수 없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에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쉽게 얻고 공유할 수 있으며 실현하기가 매우 쉽다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본질은 잘 모른다는 것이 계속 유지되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과거는 전혀 상상도 못하는 곳에서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과학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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