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고 지금
가을 그리고 지금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10.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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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가을 햇살에 나뭇잎들이 떨고 있다. 가을을 들어서며 색을 내기 시작한 나뭇잎들은 이제 머지않아 떠나야 할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몸의 수분은 빠져나가 깃털처럼 가벼워질 테고, 단풍이 자신의 온몸을 선물인양 곱고 진하게 들이는 어느 날 세상 밖으로 훨훨 날아갈 것이다. 지금, 나뭇잎들이 저렇게 작은 가을바람에도 떠는 것은 무서워서도 두려워서도 아니다. 나뭇잎들은 지금 서로에게 이별 인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더라도 덜 서운하도록 말이다. 이별은 그래서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은 거라고, 서로를 떠나보내야 하는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나뭇잎들은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가을 햇살에 곱게 물든 호숫가 작은 카페에 앉았다. 계절은 호수에도 찾아와 곱게 물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호수 가장자리 얕은 곳에선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이 원을 그리고 있다. 이내 깊은 곳에서도 질세라 큰 물고기들이 찰방대며 큰 원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와 함께 호수 위로 잔잔한 음악이 미끄러지듯 내려앉는다. 우리의 마음을 읽은 카페 주인장의 알음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해는 산꼭대기를 힘도 들이지 않고 성큼 올라서더니 망설임도 없이 하산을 서두른다. 깊어가는 가을 풍경에 명절의 고단함도 잊은 채 한참을 그렇게 멍하게 앉아 있었다,

긴 연휴가 끝이 났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있을까 싶을 만큼 길었다. 그 때문인지 전국의 관광지뿐 아니라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명절이었다. 인천공항이 개항한 이래 이번 명절만큼 승객수가 많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연휴가 길어서였는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이 그런 것인지 명절풍속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 추석명절이었다. 모든 가족이 여행지의 팬션에서 제사를 지내기도하고, 미리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고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가족은 해외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을 위해 차례 지내는 것을 실시간 촬영을 해 지켜보게 하는 가정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우리 사회는 이웃 간의 정과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를 높게 평가하는 공동체 사회였다. 때문에 명절은 우리 민족의 큰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보다는 `나'라는 개인의 행복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로 인해 보이지도 않는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보다는 지금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에 더 비중을 두게 되었다. 앞으로 명절의 모습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본다.

명절만 지나고 나면 이혼하는 부부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주부들은 명절만 다가오면 두렵기만 하다. 가중되는 집안일과 시댁과의 갈등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맏며느리인 나도 명절만 다가오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일주일 전부터 김치 담그기를 시작으로 명절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해 전부터 우리 가족은 명절 당일 오후에는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제안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주위에도 우리 가족처럼 명절을 가족과 함께 즐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가족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명절은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일 년 중 몇 안 되는 날이다. 물론 조상의 음덕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명절 풍속이 다양하게 변화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판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조상에게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특히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명절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어제가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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