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즐기던 외국 소녀들 한글에 빠지다
케이팝 즐기던 외국 소녀들 한글에 빠지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10.09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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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71돌 한글날

충북대 대학원 국어교육 석사과정 유학생 알리스·세넛씨

한국 노래 등 관심에 공부 시작 … “한국어 교사 되는게 꿈”

젊은세대 `ㅇㅋ' 등 신조어 난감 … “아름다운 한글 썼으면”
▲ 인도네시아 유학생 알리스씨(왼쪽)는 '아름답다'를, 캄보디아 유학생 세넛씨는 '언니'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로 꼽았다.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노래를 따라 부르다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 알리스씨(Alice·25·인도네시아)와 세넛씨(Sreynock·22·캄보디아). 이들은 현재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케이팝을 들으며 10대를 보낸 이들의 꿈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모국으로 돌아가 한국어교사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충북대 대학원에 입학한 알리스씨(대학원 2년)는 인도네시아로 봉사를 온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교사로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13살때 동방신기 그룹의 노래를 처음 접한 뒤 독학으로 ㄱ, ㄴ, ㄷ부터 한글을 공부한 알리스는 대학에 입학한 뒤 무료로 운영되는 한국어학당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알리스는 전공보다 한국어가 더 좋았다. 1주일에 두 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한 그녀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한국유학을 결심했다. 그녀의 부모 역시 열심히 공부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서 1년을 보낸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아름답다'이다.

알리스는 “꽃 피고 눈 내리는 사계절이 아름답고 하늘도 아름답다.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뜻의 `아름답다'는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며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한국어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세넛씨(대학원 1년)는 여성그룹 소녀시대를 알게 되면서 한국어를 접했다. 소녀시대가 한국 가수라는 사실을 친구에게서 듣게 된 그녀는 그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가수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세넛씨를 지켜보던 그녀의 아버지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것을 권유했다. 캄보디아 Mean Chey University 한국어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좋아하는 소녀시대 노래를 한국어로 자유자재로 부를 만큼 한국어를 잘한다.

지난해에는 한국 코이카프로그램 연수단에 뽑혀 3개월 동안 경희대학교에서 연수를 받은 그녀는 한국 유학을 결심했고 지난달 충북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한국어 중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언니'다. 큰딸인 그녀는`언니'라는 단어가 신기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세넛씨는 대학원을 마치면 고국에서 한국어교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만난 알리스씨와 세넛씨는 유학생활에서 가장 난감할 때가 친구들이 보내오는 휴대폰 문자를 볼 때다.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신조어, 줄인 단어가 한국어를 전공하는 유학생들에게는 낯설다고 말한다.

알리스씨는 “친구에게 받은 문자에 `ㅇㅋ', `ㅠㅠ'라고 적혀 있어 무슨 뜻인지 몰라 사전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본 적도 많았다”며 “한국어학당 다닐 때는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뻥이야'라는 말의 의미를 몰라 한국인 교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왜 아름다운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세넛씨도 “아름다운 한국어로`축하해' `알았어'라고 쓰면 되는데 `ㅇㅇ' `ㅇㅋ' `ㅊㅋㅍㅋ'라고 쓰는지 모르겠다”며 “길에서도 영어 간판이 많아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밝혔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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