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일가 둘러싼 기이한 죽음, 그 전말은?
'어금니 아빠' 일가 둘러싼 기이한 죽음, 그 전말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10.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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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통해 희소병 환자로 소개된 뒤 후원 활동 벌여와
딸이 사망한 A양에게 '놀자'고 문자···딸 현재 의식 없어
부검 결과 A양 끈에 의한 교사, 성폭행 흔적 발견 안돼
부인은 최근 자택서 투신 자살···"성적 학대" 유서 남겨

한때 '어금니 아빠'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과 응원을 받던 이모(35)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돼 결국 8일 구속됐다.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이씨는 체포 사흘 만에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범행 동기 등 아직 실체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2006년 언론을 통해서다. 당시 그는 치아와 뼈 사이에 악성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이란 희소병을 딸과 함께 앓는 아버지로 소개됐다.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어금니 아빠'란 별칭도 얻었다. 계속되는 치료로 인해 잇몸을 모두 긁어낸 탓에 치아 중 어금니 1개만 남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이후 자신의 홈페이지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던 이씨는 11년 만에 다시 충격적인 사건의 피의자로 등장했다.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중랑구 자택에서 딸 B(14)양의 친구인 A(14)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양이 같은 날 이 양과 함께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했다. 앞서 B양은 친구 여러 명에게 '같이 놀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이 유일하게 응하긴 했지만, A양과 B양의 평소 친분이 유달리 두텁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귀가하지 않자 같은 날 오후 A양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1일 이씨가 A양의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검은색 여행 가방을 차량에 싣는 CCTV 화면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의 도피 과정에서 이씨와 4년여간 알고 지낸 지인 박모(36)씨가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씨가 강원 영월에 A양의 시신을 유기하고 서울에 도착한 뒤 이씨를 차에 태워 주는 등 이동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A양의 사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다만 박씨는 '이씨가 통화에서 A양이 약을 잘못 먹고 죽어버려서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딸과 함께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서도 박씨에게 전한 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일 자신의 딸과 차 안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내가 자살하려고 둔 약을 A양이 모르고 먹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서 동영상을 촬영한 다음날인 3일에는 월세 계약을 통해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한 사실도 확인됐다. A양의 죽음에 대해 경찰이 수사할 경우를 대비해 도피처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씨는 결국 5일 자택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로 체포됐다.

경찰은 체포 당시 이씨가 조만간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에 빠질 것으로 판단하고 서둘러 시신 유기 장소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체포 다음날인 6일 A양의 시신은 옷을 입지 않은 채로 발견됐다. 고의적인 훼손 흔적은 없었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피해자 부검 관련 구두 소견에 따르면 성폭행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인은 끈에 의한 교사(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본인이 지목한 장소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살해 혐의가 충분히 있다"며 "살인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포 이후 병원에 입원했던 이씨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라는 의료진의 소견을 받고 이날 오전 3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이씨는 개인의 신상 등 사건과 무관한 질문에는 고개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답했지만,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씨와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B양은 자신의 힘으로 숨을 쉬고 있으나 의식은 없는 상태다. 의료진은 B양의 생명이 위독한 정도는 아니며, 시간이 경과되면 호전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B양이 시신 유기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날 법원은 이씨와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과 별개로 이씨의 아내 최모씨가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최씨는 지난달 1일 남편과 함께 강원 영월경찰서를 찾아 '2009년부터 8년간 의붓 시아버지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최씨는 남편이 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을 때 시댁이 있는 영월에 머물렀는데, 이때부터 최씨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인 남성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씨 시신에 남은 상처를 토대로 최씨가 투신하기 전 이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보고, 투신 당시 집에 함께 있던 이씨가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

최씨가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포함한 여러 사람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해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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